"바닥왔다" 집 사라는 기사들에 낚이면, 당신도 하우스푸어

2013. 9. 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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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칼럼] 언론들, 8.28 대책 이후 일시적이고 미미한 증가 침소봉대… 각종 부동산 부양책에도 대세하락해왔던 큰 흐름 살펴야

[미디어오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집값 바닥권에 다다랐다… 올해 안에 사는 게 좋아" (중앙일보 9월 23일자)

찌라시들이 또 시작이다. 수도권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내놓은 '3개월짜리 대책'인 8.28대책에 또 다시 '집값 바닥론' 군불을 때고 있다. 전문가라는 포장을 두른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을 내세워서 말이다. 중앙일보만이 아니다. 포털 다음에서 '집값 바닥론'으로 검색해보면 9월 이후로만 아래와 같은 제목들의 기사 주르륵 뜬다.

추석 이후 집사야 하나

… 집값 바닥론 고개(연합뉴스)가속도 붙은 '집값 바닥론'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꿈틀거린다(헤럴드경제)확산되는 집값 바닥론

…매매가·거래량 호조 '이참에 집 산다'(매경이코노미)'미분양' 파주·고양·김포도 집값 올랐다(한국경제)하반기 주택시장 일단 긍정

…10명중 5명 "집값 바닥쳤다"(헤럴드경제)"분위기 달라졌다" 집값바닥론 고개(파이낸셜뉴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집값 바닥론'을 외치며 '빚 내서 집 사라'를 합창하고 있으니, 참 애절하다. 하지만 같은 레퍼토리를 거듭하면 지겹다 못해 지긋지긋해진다. 지난 3~4년 동안에만 이들 언론이 얼마나 '집값 바닥'을 간절히 염원해왔는지는 대표적인 부동산찌라시인 매경 기사의 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솔솔 부동자금 기웃 (2010년 10월 24일)"올해 집값 본격 상승"…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11년 1월 12일)서울 수도권 올해 집값 2.5% 오른다! (2011년 3월 10일)'집값 오른다' 기대심리는 강해졌는데 (2011년 9월 14일)주택산업연구원 "전세금 2014년에나 하락 반전할 것" (2011년 10월 12일)강남집값 꿈틀! 서초동아파트 30% 할인분양 (2011년 12월 13일)"강남 집값 바닥쳤나" 실거래가 2천만원↑ (2012년 4월 22일)경매 급감, 집값 바닥 신호?…3분기 물건 12년 만에 최저 (2012년 10월 08일)집값 바닥탈출 5大 징후 ①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도 팔린다 ② 전세금 비율 62%까지 치솟아 ③ 거래량 `진바닥` 수준에 근접 ④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오른다 ⑤ 강남재건축 급매물 모두 소화 (2012년 10월 24일)

매경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이들 신문들이 얼마나 '집값 바닥론' 군불을 열심히 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집값 추락은 계속됐다. 그런데도 이 신문은 전혀 실의에 잠기지 않고 최근 들어서도 비슷한 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꾸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른다. 아니, 자신들도 조금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자매방송인 MBN에서는 "이번엔 다르다?...집값 바닥론 고개"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거듭 자신들의 섣부른 선동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이어진 사실을 기억하는 건지 '이번엔 다르다?'라는 수식을 단 것이다. 이번에도 다르긴 뭐가 달라? 바닥은 멀어도 아직 한참 멀었다.

그리고 알 한 사람들은 이들 언론의 보도 행태가 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2009년 이후 찌라시들의 보도 행태는 늘 이랬다: 정부 부동산 대책→"집값 꿈틀"(부동산이 무슨 벌레냐? 맨날 꿈틀거리게)→"집값 바닥론 고개"(숙이고 있던 고개는 언제 들리나? 얼굴 좀 보자)→몇 개월 후 집값 재하락→"정부정치권이 필요한 조치 안 해서 부동산 무너진다"→"새 대책 내놔라". 이런 보도가 거듭되는 사이에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만 계속 급증했을 뿐이다.

이처럼 지겨울 정도로 뻔한 레파토리와 보도행태가 되풀이되는데도 이런 선동보도가 나오면 여전히 불안해하고 팔랑귀가 되는 분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런 분들을 위해 왜 지금이 집값 바닥이 아니라, 바닥을 찾으려면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몇 개의 도표를 사용해 최대한 간략히 설명해보자. 최근 '집값 바닥론'을 부르짖는 언론들의 대표적 주장들에 반박하는 형식으로 설명하겠다.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주택의 실질가격은 2006년 거품 논란이 발생하기 전인 2005년 수준으로 내렸다. 거품이 대부분 빠진 것으로 보인다."(중앙일보)

그동안 필자가 실질가격으로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보여줬는데, 이게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거품이 대부분 빠졌다는 거다. < 그림1 > 을 참고로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면 2005년 수준으로 모두 빠진 것도 아니지만, 2005년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해서 부동산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람 신체에 비유하자면 겨우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 약간 아래 정도까지 내려온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 무릎이라고 할 수 있는 2001~2002년 전후 수준까지는 내려가야 그나마 '바닥론'을 논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전국을 기준으로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부동산가격이 뛰어 여전히 고점에 가깝다. 그런데 바닥은 무슨 바닥이란 말인가. 더구나 10~20년 정도에 걸쳐 장기 사이클을 그리는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실질가격으로 보여주지만, 명목가격을 나타내면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고점에서 거의 거품이 빠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거품이 대부분 빠졌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국민은행 및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근거는 꽤 많다. 먼저 하락세로 치닫던 집값이 상승세로 반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수도권 아파트값은 0.04% 올랐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동시에 오름세를 보인 건 무려 4개월 만이다." (매경 이코노미)

8.28대책 이후 집값이 잠깐 호가 위주로 반등하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여담이지만, 부동산정보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가 통계 작성을 새로 맡긴 한국감정원조차 집값을 주 단위로 발표하는 것이야말로 어이가 없다. 부동산이 주식도 아니고, 주간 단위로 집값 출렁임을 집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가깝다. 참고로,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S & P케이스실러지수는 3개월 가량 지난 시점에 월 단위로 공표한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대세하락이 지속될 것이냐 하는지 여부다. 대부분 매도호가 중심으로 작성돼 시세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동산정보업체나 감정원의 호가 지수가 아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지수 추이를 < 그림2 > 에서 살펴보자. 참고로, 실거래가 지수는 2006년 이후 실거래가 신고가 시행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작성돼 2006년 이후 흐름만 살펴볼 수 있다. 이를 보면 이명박정부 이래의 각종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큰 흐름에서 대세하락 양상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나라부동산통합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더구나 부동산 부양책의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한편 약발이 먹히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다만, 2012년 말부터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뒤이은 4.1종합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은 미약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3개월 가량 늦게 산출되는 실거래가 특성상 그래프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6월 이후 다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라앉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번 '8.28대책'으로 인한 집값 떠받치기 효과도 3~4개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몇 개월간 집값 오름세가 지속될지도 불투명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주택이 주식도 아니고 겨우 몇 개월 집값 오른다고 무리하게 빚 내서 집 살 사람들이 있을까. 이처럼 대세하락이라는 큰 흐름을 무시한 채 불과 몇 주 정도 호가 위주의 상승세를 근거로 '집값 바닥'을 운운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거래절벽' 현상도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6월 연중 최고치인 1800건을 찍은 뒤 7월 203건으로 급감했다가 8월 349건을 기록한 뒤 이달 23일까지는 298건을 기록했다. (헤럴드경제)

이 또한 큰 흐름을 감추면서, 일시적이고 미미한 증가를 침소봉대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 그림3 > 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취득세 감면을 해주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늘었다가 해당 기간이 끝나면 거래절벽이 발생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실 취득세 감면 기간에 따라 막달에 몰리는 현상과 거래절벽 현상을 합산하면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 증가 효과는 거의 없었다. 결국 취득세감면에 따라 거래가 일시적으로 요동칠 뿐 2007년 이후 아파트 거래가 특히 서울과 같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나라부동산통합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200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집계된 이후 시점부터 거래량을 나타냈지만, 좀 더 긴 흐름에서 보면 구조적 침체 양상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00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 간의 상관관계분석을 통해 2000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해본 결과 < 그림4 > 에서 보듯이 전국이든 수도권이든 모두 거래량이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금의 주택 거래량 감소는 현재 주택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층의 구조적 감소에 따른 것으로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된다거나 정부 부양책 등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즉, 정부의 8.28대책 정도로 집값이 바닥을 찍을 만한 수요량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및 온나라부동산통합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추정, 작성

이 정도 설명했으면, 지금이 왜 집값 바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지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나머지 주장들에 대해서는 간단히 코멘트하는 것으로 그치겠다.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멸실주택이 늘고 입주 물량은 줄어 공급부족이 심해질 것이어서 집값은 올라가게 된다." (중앙일보)

지금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곳이 어디있는가. 더구나 수도권 인구는 1990년 50만명이 늘다가 지난해 기준으로는 겨우 13만명 늘었다. 인구 증가세는 급속히 줄었는데, 주택 공급은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고령화에 따른 60세 이상 은퇴자들이 내놓은 기존 주택 매물이 주택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게 돼 있다. 더구나 2015년 이후로 보금자리 2,3아 단지와 위례신도시 물량이 쏟아지게 돼 오히려 역전세난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은데 무슨 헛소리인가.

"올해 집을 사야 한다. 특히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취득세 면제, 대출조건 완화 등의 혜택이 있는 올해 안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중앙일보)

원래 집을 사겠다고 계획했던 사람 말릴 생각 없다. 살 테면 사라. 그리고 이왕 살 생각이면 정부가 내놓은 1%대 초저금리 주택대출상품을 이용하라. 같은 조건이면 그만큼 좋은 조건이 없다. 대신 자신들이 한 투자에 대해 자신들이 책임지고, 나중에 정부에 부동산 부양책 내놓으라고 떼쓰지만 않으면 된다. 하지만 소득 여력이 안 되고 애초부터 집 살 생각이 없던 사람이 이런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대책이나 찌라시들의 선동에 혹해 집을 사지는 말기 바란다. 아무리 초저금리라도 빚은 빚이며, 집값이 장기간에 걸쳐 떨어질 때 20년 이상 생활비 줄여가며 은행에 월세(월이자) 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더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글을 마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도대체 전월세대책이라고 내놓은 '8.28대책'으로 집값이 뛴다고 박수치는 정부나 언론들이 제 정신인가. 이런 언론들이 자신들의 알량한 광고 유치에 혈안이 돼 이해관계에 오염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무리하게 과욕을 부린 하우스푸어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부동산 거품을 점진적으로 빼가야 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계속 '빚 내서 집 사라'며 멀쩡한 세입자들까지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정부와 언론이 과연 백성들을 위한 정부요,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정부와 언론을 탓해봐야 그들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으니 제발 시민들이라도 이런 왜곡선동보도에 넘어가지 않는 지혜와 안목을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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