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차이나 머니가 몰려온다] 왕서방, 한국 주식 100조까지 살 수도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연초 이후 한국 증시는 5조 원이 넘는 외국인 투자가의 추세적인 매도가 진행되면서 약세를 보였다. 그 내용을 보면 미국계 자금은 4조1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고 영국계 자금은 3조2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기존 국가의 투자자들은 전체적으로 7조 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계 투자자는 올 들어서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2조 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1~2년간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에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지정학적인 이유나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청산 물량 등이 직접적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전체 투자자의 지분율은 대략 42.1%로, 389조 원이나 된다. 반면 일본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이나 한국의 기업 이익 증가율이 일본보다 우월하지 못하면 한국의 비중보다 일본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한국의 비중은 글로벌 평균적으로도 상당히 높아 줄어드는 추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중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게 중국계 투자자, 소위 '차이나 머니'다. 특이한 것은 차이나 머니의 한국 선호다. 한 예로 중국 내부에서 급증하고 있는 해외투자 펀드(QDII)의 투자 국가 순위를 보면 한국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 1위 지역은 홍콩, 2위 미국, 3위가 한국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은 밀려오는 해외투자 자금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유동성을 해외로 유출하는 여러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 확대 추세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경상수지 누적 흑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한국 증시에 대한 중국의 투자 자금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중국계 자금의 한국 시장에 대한 누적 순매수 규모는 약 8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인들의 경제성장과 해외투자 규모 확대 그리고 미국계 자금의 한국 주식시장 보유 지분율을 감안하면 향후 한국 주식시장의 지분율이 10% 이상 되는 100조 원 전후까지는 중국계 투자자의 순매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차이나 머니의 위상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갈 가능성이 높다
차이나 머니 규모, 빠르게 커지는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조3000억 달러라는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고 매달 수백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와 해외투자 자금 유입으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나라, 또 이를 위해 일정 정도의 유동성을 해외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유동성을 관리해야만 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그 과잉유동성이 세계 주요 자본시장에 차이나 머니라는 이름으로 투자되고 현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이나 머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13년 4월 현재 중국의 대내외 투자 가능 자본은 2조9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조사된다. 그중에서 미국 국채에 1조3000억 달러와 일본 국채에 2300억 달러가 투자돼 있다. 이 밖에 금,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 IMF의 특별인출권(SDR), 예치금 등에 투자되고 있어 실제로 투자 기관에 위탁 운영되는 자금은 1조 달러 정도다.
위탁 운용되는 금액 중 실제로 해외에 투자 가능한 금액은 국부 펀드(CIC) 투자 금액 중 절반 수준인 2410억 달러와 중국외환관리국 화안공사의 운용 금액 중 절반 수준인 2840억 달러로, 총 52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거기에 해외투자가 가능한 가계 자산은 중국사회보장기금(NSSF) 등 주요 연·기금의 7% 수준인 96억 달러와 해외투자 펀드의 30% 수준인 255억 달러로 추정돼 351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결론적으로 공공 부문과 가계 부문을 합친 협의의 해외투자가 가능한 차이나 머니는 5601억 달러(618조 원)로 추산된다.
이 밖에 중국은 대외 투자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차이나 머니의 규모는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들의 해외 금융 투자(QDII2)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에서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미 원저우 등에 특구를 지정, 금융 개혁을 시범 실시하며 개인 투자자의 대외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또 공공 부문인 국부 펀드(CIC)와 국가외환관리국 화안공사의 해외투자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 자본시장 개방 일정에 맞춰 반대로 해외투자 자유화도 확대될 것으로 판단돼 차이나 머니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
4년 새 한국 주식 8조 원, 채권 11조 원 매수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국내에 유입된 차이나 머니 규모는 잔액 기준으로 총 18조2540억 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1.4%에 달한다. 이 중 주식시장에 유입된 규모는 약 6조1000억 원 정도이며 채권시장은 10조7000억 원, 부동산 시장에 1조3000억 원 정도로 파악된다.
특이한 것은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유입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말 6조1000억 원 규모에서 2013년 들어 1분기에만 2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누적 순매수가 8조 원을 넘어섰다. 중국의 한국 주식시장 투자 규모를 연도별로 보면 2009년에 9000억 원, 2010년 약 1조 원, 2011년에 1조2000억 원에서 2012년에는 약 1조8000억 원까지 추세적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2013년 들어서는 한 분기 만에 무려 2조 원어치를 순매수함으로써 주식 투자의 방향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알려진 해외투자 펀드 중 한국이 3번째 국가라는 점은 향후 중국의 해외투자가 커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암시해 준다.
채권시장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2009년 중국의 한국 채권 순매입 규모는 1조8000억 원, 2010년에는 무려 4조6000억 원과 2011년에는 약 3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5610억 원 수준으로 매수 규모가 줄어들었고 2013년 들어서도 4월 말까지 1조100억 원의 매수를 기록했다. 낮아진 한국의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차이나 머니의 한국 채권 투자는 소강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차이나 머니 유입은 아직 제도적인 개방 미비 등의 이유로 본격적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하기에는 적은 규모의 투자 수준으로 파악되지만 중국 자금의 국내 진출 모색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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