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집값 상승' 흔들리는 공식
[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선택 2012' 부동산시장 어디로 < 1 > ]4월 총선·12월 대선 앞두고 시장 변화 촉각]
- 대규모 개발서 복지·분배로 공약 이슈 이동
- 유동성·정책등 변수 국지적 영향에 그칠 듯
'흑룡의 해'인 임진년은 19대 국회의원선거(4월)와 18대 대통령선거(12월)를 각각 치른다.
총선과 대선레이스가 연이어 펼쳐지는 선거정국에서 부동산시장의 향배를 가늠해보는 건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부동산 개발 열풍이 불던 시절 굵직한 선거과정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각종 부동산정책이 나와 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준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총선 치른 해…집값 오르락내리락
16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02년은 아파트값이 크게 상승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2년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27.19%, 11.04%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평균 22.87%나 뛰었다. 이듬해인 2003년 역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3.99% 상승해 선거 이후 불붙은 부동산시장의 활황기를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은 반대 양상이었다. 부동산가격을 잡으려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아파트값은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2.51% 오르는데 그쳤다.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18대 총선이 있던 2008년에도 전국 아파트값은 -1.86%를 기록했다.
과거엔 선거과정에서 대규모 개발계획 등 부동산 관련 공약이 남발돼 시장에 영향을 준 경우가 많았다. 뉴타운과 신도시 개발, 교통망 확충 등 개발이슈가 쏟아져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치권이 개발과 성장보다 복지나 분배 등의 이슈에 초점을 맞추면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선거의 파급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집값 통계치를 집계하기 이전인 2000년 전에는 큰 선거를 앞두고 개발 정책들이 나오면서 부동산가격이 춤을 춰왔다"며 "이런 기억들 때문에 대선, 총선에 대한 심리적 영향력이 남아있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변수가 워낙 많아져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어난 유동성, 부동산 유입 '미지수'
몇 가지 주요 변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유동성'이다. 시중에 풀린 자금줄이 어디로 물꼬를 트느냐에 따라 해당 자산의 가격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과거 대선이 있던 해에는 통화량이 크게 늘었다. 늘 '서민경제 회복'을 강조하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이 나온다. 경기부양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반복돼왔다.
현금과 결제성예금뿐 아니라 양도성예금증서 정기예·적금, 수익증권을 포괄하는 광의통화(M2)는 대선을 치른 2002년과 2007년에 각각 107조원, 124조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 경기부양 과정에서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풀린 돈의 종착점이 어디냐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각종 투자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위축돼 있는 만큼 유동자금의 직접투자 가능성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져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같은 단기상품에 돈이 몰려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지속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은퇴 후 임대용 빌딩 투자나 중장기 목적의 부동산상품, 투자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시중 유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지만 예년과 같은 직접적인 유동성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책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12·7대책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를 2년간 중지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다음 정권이 현 정부에 넘어가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감면과 규제완화 조치가 지속될 수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도 완화되거나 풀릴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들에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개발공약보다 복지 위주 정책들이 주를 이루겠지만 지난해 4월 분당 보궐선거처럼 아파트 리모델링 정책과 같은 현안들이 다뤄질 수 있다"며 "선거에 의한 부동산시장 상승압력은 과거보다 약해지겠지만 선거정책에 따라 국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부양책보다 주거복지에 무게 둘 듯
앞으로 다가올 선거는 다주택자 등 부동산 부자에게 초점을 맞춘 부동산 부양책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과 경기·인천에서는 2040세대의 지지를 받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데 부동산 보유율이 낮은 2040세대는 집값과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최근 보궐선거 과정에서 표출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구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면 두 후보간 부동산정책 대결 역시 무리한 개발을 점검하고 서민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의 대표 개발사업에 해당되는 '한강르네상스'를 재검토하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점검을 거쳐 합리적으로 진행한다는 게 골자였다. 대신 주거복지정책으로 전·월세난 해소를 위한 대안들이 제시됐고 취약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비 완화와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공약들이 주를 이뤘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역시 부동산 관련 정책은 개발이나 시장 확대보다 주거안정과 시장정상화에 맞춰질 전망이다.
규제완화 역시 이미 대부분 현실적인 조정을 거치거나 해제된 상태여서 남은 규제의 합리적인 완화나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건부 부양대책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공약을 통한 대선효과 역시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부양정책은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2040세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며 "결국 204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와 달리 전·월세 가격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임대주택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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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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