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산업계 지각변동 부른다
유아용품 성장 '바닥'…의료·실버'급부상'
[이코노미세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이 표어는 1970년대 정부가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던 산아제한의 대표적 구호다. 이후 30여 년 간 지속된 정책 덕분에 2000년 이후 출산율 하락엔 성공했지만, 현재는 세계 2위의 저출산 국가로 미래 성장 동력이 불투명한 나라로 전락했다. 또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고령화로 2018년 고령사회, 2026년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상황에 놓였다.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엔 평균 연령이 53.7세가 된다.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들은 여성 취업률 상승, 경제위기, 가치관 변화 등 복합적 요인들에 따른 저출산·고령화가 조만간 산업계에 큰 지각변동을 불러 올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유아용품과 분유업계가 성장력을 잃고 제품 생산을 다각화에 나섰으며, 전문 의료기기와 노인층을 겨냥한 실버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교육 시장도 인구 양극화에 따른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 저출산·고령화 현황과 문제점, 이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세계 최저 출산율, 세계 최고 노령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는 한국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선진국들도 겪는 현상이지만, 한국의 인구 양극화 속도는 예상치를 훨씬 넘어 서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저출산 현황은 1960년 6명으로 이었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이 2008년 1.19명으로 낮아졌다. 1983년에 2.08명으로 인구대체 수준(2.1명)이하에 머물렀으며 1985년 이후 10여 년간은 1.6~1.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출산율은 이상변동을 보이기 시작해 1998년 이후 1.5명 이하로 급락했다. 2005년에는 홍콩에 이어 세계 2위인 1.08명을 기록, OECD 평균인 1.6명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고령화 역시 2000년 전체인구 대비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율이 7.2%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뒤, 올해부터는 향후 9년 동안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를 시작, 2018년엔 노인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서 2026년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가 넘는 초 고령사회를 맞을 전망이다.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전환은 프랑스의 경우 115년, 독일 40년, 이태리 61년, 미국 72년 등 평균 40년 이상이 걸렸지만, 한국은 18년에 불과하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주 요인=
저출산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나타난 출산율의 이상 급감은 경제 문제가 인구 양극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한다.지난 1월29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취업 애로층은 48만6000명. 공식 실업자 35만명보다 13만6000명이 많다. 체감실업률도 11.3%로 공식실업률 8.1%보다 3.2%나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일자리는 19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2008년 4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334만9000원으로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업우려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출산율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급격한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곧 출산을 앞둔 맞벌이 가정의 한영준씨(34)는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얼마간의 출산장려금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역전시키기 불가능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힘든 여건 속에서 아이들을 맡길만한 보육시설 또한 변변치 않아 현재의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한도연장 등 정부의 단기 지원책만으로는 저출산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게 대다저출산 고령화, 국가 경쟁력 악화로 수 육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외국인 80만명 매년 수혈해야 할 판 =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증가율 둔화는 인구 구성비를 변화시키며 산업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저하는 연쇄적으로 노동인구 감소와 자본시장 위축, 성장 잠재력 하락, 국가 재정지출 확대로 나타나 국가경쟁력 하락의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급속히 진행된다면 10년 후엔 독일처럼 이민법을 고쳐 매년 외국인을 80만명씩 수급 받거나, 프랑스와 같이 연간 GDP의 4%가 넘는 1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정책예산처가 발표한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노인부양비를 높일 경우 중장기적으로 총수요를 감소시키고,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부양비를 2008년에서 12년 연장한 2020년의 상황을 2008년과 비교하면 민간소비 1.2%, 설비투자는 2% 감소하면서 실질 국내 총생산은 0.9%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노동 공급량도 1.6% 감소하고, 투자위축으로 자본축적 정도는 0.6% 하락, 경제의 잠재생산을 나타내는 총 공급도 1.2%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정부재정수지는 총 35조원 정도가 악화된다. 하지만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저출산 고령화 극복을 위한 예산과 대응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국가 성장 잠재력과 생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하기 전에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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