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흔드는 美 전략 전환…한국, 선택을 강요받나 [박수찬의 軍]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변화의 폭풍우가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제작,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댄 케인 미 합동참모의장은 11일 합참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은 그들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고자 명확한 의도를 갖고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초점은 억지력 재정립이며, 이를 위해선 3국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북한과 더불어 중국 위협 대응에도 3국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최근 주한미군이 제작한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는 동북아 지역 정세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대만해협과 필리핀 등 서태평양 지역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것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평가하며, 중국의 대만 침공은 미·중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 특성상 해·공군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지만, 군사적 승리를 위해서는 최종 단계에서 지상군도 일부는 필요하다.
본토에서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본토에서 지상군을 전개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1만8000명이 있지만, 일본과의 합의에 따라 절반은 이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군대의 운용권은 해당국 정부에 있다. 자국의 안보 이익에 따라서 병력을 운용하는 것은 기본적 원칙이다.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할 수는 있으나, 유사시 주한미군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는 미국 정부가 최종 결정한다.
미 행정부 결정으로 주한미군이 한국을 벗어난 지역 작전에 파견된 사례가 있다. 최근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방어를 위해 주한미군 패트리엇이 투입됐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전투병력이 이라크에 파견된 바 있다.
최근에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3~15일 호주를 방문해 다국적 연합훈련 ‘2025 탈리스만 세이버’를 참관했다.
주한미군의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6년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미국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이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주한미군이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와 오산 미 공군기지를 거점 삼아 유사시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개했다가 복귀하고, 또다른 분쟁에 투입되는 전략적 유연성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를 겸한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미 국방부의 장군 정원 축소와 맞물려 주한미군사령관도 3성 장군으로 낮아질 위험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이슈가 밀려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엔군사령관의 지위가 하락하면 정전협정 관리와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 투입 등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동맹국과 우방국이 더 많은 안보 부담을 떠안기를 원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 기조를 고려할 때, 전작권의 한국군 조기 전환을 제시할 수 있다.

북한 도발 억제에 중심을 두고 있었던 한·미동맹의 구조를 중국 견제로 바꾸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를 한국이 저지·회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냉전 시절 북한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춘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무조건적으로 고수하려 하면, 더 큰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양보와 타협 대신 압박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방식은 이같은 우려를 더욱 짙게 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다.
조약 제3조는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조약이 맺어졌던 1953년에는 북한 위협을 고려한 것이었고, 미국이 한국을 돕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항이 만들어졌다.

일각에선 유연한 대응 기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미동맹 관련 사안들을 모아서 미국 측과 논의를 하되, 양보할 수 있는 사안에선 양보를 하고, 우리의 입장을 관철해야 하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안보는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기반하는 만큼 이를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조정 등에선 북한이 오판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병력 축소가 거론될 때는 주한미군 기지의 중요성과 효용성, 재정적 문제 등을 강조하는 방법도 있다.

주한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동아시아에서 주한미군 기지 못지 않은 대체 후보지를 찾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주한미군 병력이 대폭 축소되면 방위비분담금 규모를 재검토하는 등의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한국군의 전작권 조기 전환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는 사이버나 감시정찰 등의 첨단 전력을 포함한 미국의 보완 전력 제공을 공식적으로 약속받거나, 전환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확보해 한국군의 전쟁 기획 및 지휘능력을 강화한 뒤 전작권을 전환하는 등의 대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국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우리 측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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