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 탄핵 선고의 순간]"드디어 봄이 왔다" 환호, "나라가 망했다" 눈물

이진주·이유진·김원진 기자 2017. 3. 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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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0만 촛불 시민, 광화문광장서 축제…세월호 유가족 ‘기쁨과 아쉬움’
ㆍ일부 흥분한 탄핵 반대 시민들은 경찰과 충돌…2명 사망 불상사도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자 인근에서 결정을 기다리던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탄핵, 촛불승리’라고 쓰인 손팻말을 높이 들며 환호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하자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 있던 탄핵 찬성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시민들은 “촛불이 이겼다” “드디어 봄이 왔다”고 외쳤다.

탄핵 반대 시민들은 “나라가 망했다”고 외치며 박 대통령 파면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이날 오후 9시 기준 2명이 사망했고, 2명이 위독한 상태다.

헌재가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안을 인용하자 지하철 안국역 1·6번 출구 인근에 있던 시민 5000여명은 주먹을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촛불시민들은 “촛불민심이 승리했다” “촛불이 해냈다”를 연호했다. 시민들은 껑충껑충 뛰고 물을 뿌리면서 탄핵 인용을 자축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나와 감옥 가라’고 쓰인 손팻말을 좌우로 흔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폴리스 라인에 서 있던 의경들을 안아주기도 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 승리’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던 최기형씨(66)는 “순리대로 돼 다행이다. 국민 모두가 기뻐하는 정의로운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함께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 선고를 지켜보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시민 10만여명은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축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광장 한편에는 ‘박근혜 탄핵 기념 촛불시민 포토존’이 마련됐고, 시민들은 ‘경축, 박근혜 정권 퇴진 4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양쪽에서 들고 광장을 돌아다녔다. 박영수씨(67)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국역 4·5번 출구에 이날 오전 7시부터 모여 있던 탄핵 반대 시민들은 탄핵안이 인용되자 일제히 “무효다 무효” “나라가 망했다”를 외쳤다. 울먹이거나 통곡하는 참가자도 나왔다. 정광용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대변인은 “대한민국이 작전 세력에 넘어가 이날로 대한민국의 정의와 진실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부 탄핵 반대 시민들이 “헌재를 불태우자” “헌재를 박살내자”고 외치며 헌재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경찰이 세워놓은 일부 경찰버스를 쇠파이프 등으로 부쉈다. 안국역을 이용하는 시민과 경찰을 향해 쇠꼬챙이와 벽돌을 던졌다. 국내외 기자 10여명이 탄핵 반대 시민들에게 폭행당해 부상을 입었다. 사용하던 카메라 등 장비가 파손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가 차벽을 넘기 위해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상자도 나왔다. 60대 남성 정모씨가 키가 꽂혀 있던 경찰버스를 탈취한 후 경찰 소음관리차량을 들이받아 차량 위에 있던 스피커가 김모씨(72)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김씨가 사망했고, 경찰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인 정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또 다른 김모씨(66)도 시위 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의식불명의 부상자 2명도 발생했다. 경찰 33명도 경상을 입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은 이날 오후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헌재 불복종 국민저항운동을 위해 회의 중입니다”라고 공지했다.

<이진주·이유진·김원진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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