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없는 배구’를 위해 역대 최고의 외인 레오를 내친 OK저축은행 오기노 감독, 내년 시즌 구상이 아닌 책임지는 게 먼저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오기노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구단 프런트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레오와의 재계약 포기를 선언했다. 자신의 배구철학 실현을 위해선 레오의 존재는 방해가 될 뿐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챔프전 준우승으로 인해 트라이아웃 지명권 추첨을 위한 구슬 개수도 두 번째로 적은데, 레오보다 더 좋은 선수를 뽑을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오기노 감독은 무리하게 자신의 뜻을 밀어붙였다.
트라이아웃 시장에 다시 나온 레오는 2순위로 현대캐피탈에 합류했다. 대한항공에 버금가는 토종 선수층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에 ‘넝쿨째 거저 굴러들어온 복덩이’ 레오의 합류는 그야말로 ‘천군만마’, ‘화룡점정’이나 다름 없었다. 레오-허수봉의 ‘쌍포’는 시즌 초반부터 V리그 코트를 초토화시켰고, 30경기 만에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레오는 2021~2022시즌부터 OK저축은행에서 뛰었으니 오기노 감독이 고른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이 오기노 감독의 시험대였다. 결과는? 대참사에 가까운 실패였다. 오기노 감독이 직접 뽑은 마누엘 루코니(이탈리아)는 시즌 초반 5경기에서 단 29점, 공격 성공률 35.29%에 그친 뒤 기량 미달로 퇴출됐다. 루코니 대신 데려온 크리스(폴란드)도 30경기 220점, 경기당 평균 10점도 내지 못하는 빈곤한 득점력으로 ‘폭망’했다.
정규리그 1~3위인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대한항공이 팀 서브득점 1~3위에 올라있다는 것은 오기노 감독의 배구가 틀렸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팀 공격 성공률이 30% 후반대~40% 초중반을 오가는 여자배구와는 달리 남자배구는 리시브가 잘 되면 50%를 훌쩍 넘는 공격 성공률을 보인다. 이는 곧 범실을 감수하더라도 서브 득점을 노리고, 서브 득점이 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편하게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인 배구라는 얘기다. 오기노 감독은 수동적인 배구로 일관하다 처참한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오기노 감독은 범실을 줄이기 위해 위력이 떨어지는 서브의 반대급부인 상대의 강한 공격을 블로킹과 수비로 제어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의 팀 블로킹은 세트당 2.313개로 최하위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의 블로킹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그 이유일 수 있지만,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게 더 크다. 상대가 쉽게 리시브를 받아 속공이나 퀵오픈 등 확률 높은 공격 옵션을 구사하니 제 아무리 블로커들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도 OK저축은행의 시스템 속에서는 블로킹 확률은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시즌 중반 보여준 외국인 선수 운영도 이상했다.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장빙롱(중국)이 발가락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그 자리에 세터인 쇼타(일본)를 데려왔다. 가뜩이나 공격수가 약한 팀인데다 이미 팀 내에 세터가 4명이나 있는데도 말이다. 세터란 포지션이 하루아침에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없는데, 세터를 데려오는 이해할 수 없는 운영을 선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미 현대 배구에서는 사장화된 배구 철학을 구현하겠다고 V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오판’으로 팀 성적을 추락시켜놓고도 오기노 감독은 남은 계약 기간인 내년 시즌까지 사령탑 자리를 유지할 마음인가 보다. 감독에게 많은 연봉에 절대적인 권한을 주는 이유는 성적이 부진했을 때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그런데 오기노 감독은 자신의 배구철학을 실현하겠다는 ‘권리’만 누리고, 성적 추락을 책임질 ‘의무’는 애써 외면하며 인터뷰를 통해 내년 시즌 구상을 밝히고 있다. 최소 직무유기, 최대 무능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놓고 말이다. 레오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오기노에게 과연 OK저축은행은 내년 시즌까지 팀 운영을 맡기는 우를 범할 것인가.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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