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는 각방"…코 세척하면 낫는다? 이 병 속설 탓, '수면이혼' 늘었다
우리 국민 690만명이 수면무호흡증 환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입증된 건 '양압기 착용'.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환자들이 '코 세척' 같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비율이 양압기를 착용하는 비율보다 월등히 높고, 이런 이유로 치료를 방치하면서 '수면 이혼'(부부가 잘 때 각방 쓰는 방식을 빗댄 말) 비율도 8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필립스코리아는 '세계 수면의 날(3월14일)'을 앞두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국민 수면 습관 및 수면무호흡증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수면이 신체 건강(86.5%)과 정신건강(84.6%)에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지만 정작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6.4 시간에 불과했고, 수면에 만족하는 비율은 29.5%에 그쳤다. 또 동거인이 있는 사람(1702명) 중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이 있는 동거인과 따로 잔다'는 비율은 79.6%에 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 수는 2018년 4만5067명에서 2023년 15만3802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번 설문 문항을 설계하고 조사 결과를 감수한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김혜윤 교수(수면의학연구소장)는 이런 증가세에 대해 "5년 새 3배나 증가하는 질환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만큼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잘 때 호흡이 멈추거나(무호흡) 90% 이상 줄어든 상태(저호흡)가 10초 이상 이어지고, 이런 상태를 반복할 때 진단한다. 무호흡과 저호흡으로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뇌에서 각성하기 위해 "쿠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 본인도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데다, 잠을 같이 자는 사람도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꿀잠'을 자면 기억력과 정보처리 능력, 주의력, 집중력이 모두 향상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진다. 숙면은 면역력도 높이는데, 실제로 미국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범유행 때 꿀잠을 자는 사람이 멜라토닌(수면 유도 호르몬)을 먹은 후 백신을 접종하면 멜라토닌을 먹지 않고 백신을 접종한 사람보다 항체가 더 많이 생겨났다. 또 잠자는 동안 신진대사율 높아져 체중이 조절되고, 뇌 속 노폐물이 자는 동안 장을 통해 빠져나간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상승하며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 건강 관련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치매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김 교수는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뇌 속에 아밀로이드(치매 유발 단백질) 같은 노폐물이 쌓이고, 배출되지 못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수면무호흡증 치료 인식은 아직 낮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코골이 증상자의 47.9%는 치료 자체를 시도해본 적이 없고, 시도하는 경우에도 '코 세척'(응답자의 20%) 같은 소극적 방법 위주였다.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양압기 수는 18만9965대로, 잠재적 수면무호흡증 환자(690만명) 가운데 양압기 사용률은 2.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4%가 수면무호흡증의 치료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양압기 치료 요법에 대한 인지도(26.0%), 양압기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인식(29.7%)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자신이 수면무호흡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59.5%만 병원을 방문한다고 답했으며, 환자의 27.7%는 여전히 양압기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일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속 양압기(CPAP) 글로벌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7.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필립스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 페르난도 샤한(Shehaan Fernando) 아태지역 대표는 "수면 건강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필립스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는 양압기는 물론 산소 발생기, 인공호흡기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호흡 관련 질환으로 불편함을 겪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필립스코리아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 박도현 대표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인식이 유독 낮고,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질병 자각 비율, 양압기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필립스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는 수면무호흡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 다양한 수면 및 호흡기 질환의 치료·관리 목적의 제품군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특히, 지속 양압기, 이중양압기, 마스크,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수면무호흡증의 진단부터 치료, 환자 관리에 이르는 '토탈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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