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굴뚝 산업시대'?…혁신 가로막는 규제들
[편집자주] IT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이 AI주변국으로 밀려났다. IT강국을 이끌던 플랫폼 기업들은 하나둘 글로벌 빅테크에 안방자리를 내준다. 위기다. 지금은 규제보다 산업 진흥에 나서야 할 때다. AI 성숙도 2군 국가에서 강국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짚어본다.
지난달 26일 네이버(NAVER) 주주총회장에서 한 주주가 던진 날카로운 질문은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IT업계에 비수가 돼 꽂혔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과거 'IT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최근 발표된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5년 AI 인덱스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 AI는 LG엑사원 3.5, 단 1개 뿐이었다. 미국은 40개, 중국은 15개, 프랑스는 3개인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미국, 중국,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에 밀린 2군 국가로 평가됐다.
이 법안은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를 '고영향(고위험) AI'로 정의해 규제를 시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의료 진단 AI, 채용 평가 AI 등이 예로 꼽힌다. 또 AI 저작물에 워터마크를 찍어 표시하고, AI가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3000만원 가량의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IT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 AI 산업에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규제 대상인 '고영향 AI'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규제로 인해 한국 AI 산업이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영향 AI' 기준이 애매하다. 각 정부 부처가 업무에 AI를 도입하면 사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모두 규제할 건가"라고 반문하며 "실제 위험이 있거나 AI가 전체적으로 보급된 것도 아닌데 가상 현실을 가정해 입법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일침했다.
R&D 업무 특성 상 초기 집중 연구가 필요하지만, 주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는 탓에 연구자들은 짐을 싸들고 귀가해 일을 하거나, 근무하고도 쉬었다는 '이중장부'를 적어내는 일이 빈번하다. 일정 소득 이상의 근로자들이나,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연구직 등 업의 특성에 따라 근로 형태를 유연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회사인 대만 TSMC는 불이 안 꺼지는 연구소로 유명하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AI '딥시크' 역시 빠른 성장 비결 중 하나로 유연한 근로정책이 언급된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딥시크' 보고서에서 "AI 연구개발 특성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즉시 실험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연속성이 중요한데 현행 주 52시간제 하에서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AI와 같은 첨단기술연구 분야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스마트한 예외'를 적용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인력도, AI 개발 인력도 주 52시간 근무 제한을 두는 것이 초기 연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등 예외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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