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파이고… 팬심도 파였다
무승부 22% 달해… 선수협, 개선 목소리
상암에 ‘하이브리드’ 깔았지만 관리 부실
2024년 임대수입 82억 중 2.5억만 관리비
상태 나빠 월드컵 예선 경기장 바뀌기도
‘경기장 지자체 소유’도 통 큰 투자 걸림돌
잔디.
경기 후 잔디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잔디 상태가 심각해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놓였다”고 비판했고, 정정용 김천 감독 역시 “잔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올 시즌 들어 18경기가 치러진 K리그1에서 무득점(0-0) 경기가 벌써 4차례(22.2%) 나왔다. 급기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4일 성명을 통해 “프로 선수들이 경기 중에 경험하는 열악한 잔디 환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잔디 품질이 과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경기가 열려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잔디가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려운 기후다. 여름은 고온다습한 데다 폭염과 폭우가 잦고, 겨울엔 한파가 빈번하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해의 경우 이례적으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장기간 강우 등 고온다습한 기후 영향을 받아 잔디 밀도가 급속하게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잔디 문제로 한국축구는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전북 현대는 지난 6일 시드니FC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ACL2) 경기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렀다. 아시아축구연맹 경기감독관이 전북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경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15일 이라크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때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나빠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잔디 품질 개선에 통 크게 지갑을 열기 어려운 구조다. 축구장은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시설공단이나 도시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다. 한 축구인은 “환경이 열악해도 최소 수준만 유지한다면 축구경기는 치러진다”며 “지자체에서 잔디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로 축구경쟁력을 올린다는 생각보다 수입을 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잔디 환경 개선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8월 축구경기나 콘서트 행사 등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빌려주고 82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지만 잔디 관리 비용은 수입의 3%(2억5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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