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대공수사 베테랑 “중국인들 염탐한 군사시설 정보, 北으로 샐 것”
대공 수사 30년 경력의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은 24일 “중국인들은 대한민국 간첩죄 처벌 법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 중”이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한국에서는 간첩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대담하게 범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각종 국가 기밀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줄줄 새게 된다”고 했다.
지난 21일 중국인 2명이 수원 공군기지를 무단 촬영하다 경찰에 체포된 당일 “대공 혐의점 없음”으로 풀려난 지 불과 이틀 만인 23일 오산 미군기지를 촬영하다 또다시 적발됐다. 하 전 지부장은 이날 본지에 “예견된 일”이라며 “국정원의 간첩 수사권이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 전 지부장은 작년 6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정보사 군무원인 A씨는 7년간 재중동포에게 정보사 내부 정보를 유출했고 해당 자료는 북한으로 넘어갔다. 하 전 지부장은 “이 사건은 국정원이 북한의 재중 위장 무역회사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입수해 방첩사에 첩보를 전달해 준 것이었다”며 “그 배후는 북한이 확실하지만 방첩사는 간첩죄를 입증하지 못했고 A씨가 총 40여 회에 걸쳐 중국동포에게 정보를 넘긴 대가로 약 1억 6000만원가량의 돈을 받은 사실만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의 내밀한 연계성 입증은 간첩 수사 전문 기관인 국정원의 영역이지 경찰이나 방첩사가 지금 당장 해 내기에는 역부족임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했다. 하 전 지부장은 “이번 오산 미군기지 촬영 사건 배후도 북한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며 “그러나 이제는 국정원이 이러한 범죄 행위와 북한과의 연계 단서를 증거화하기 위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공격적이고 활발한 증거 수집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공수사권이 없는 국정원 입장에서는 경찰을 보조하는 형태로 사건을 규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30년 경력의 대공수사 베테랑인 하 전 지부장은 퇴직 이후 작년부터 경찰의 안보수사 담당 간부 및 요원 대상으로 대공수사 노하우를 공유하는 강의를 하고 있다. 하 전 지부장은 “경찰은 아직 간첩수사 역량이 무르익지 않았다”며 “1961년 창설돼 63년간 축적되어 온 국정원의 수사 노하우가 단기간에 뚝딱 경찰로 이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 전 지부장은 “과연 중국만 한국의 국가 보안 시설에 관심이 있겠느냐”며 “탈북민 적발 시 곧바로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할 만큼 북한과 긴밀한 중국 당국은 상당한 대가를 받고 한국의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 넘겨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중국의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현행 간첩법(형법 98조) 개정 작업에 손 놓고 있는 데 대해 “정쟁(政爭)에만 매몰되어 국가 방어 시스템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행 간첩죄는 적용 범위가 적국인 북한으로만 한정되어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해도 수사기관이 대북 연계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간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정보사 군무원 A씨의 기밀 유출 사건으로 간첩죄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악용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몇 달째 계류 중이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간첩죄 처벌이 매우 무겁다. 2023년 12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소재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던 한국 교민이 간첩 혐의로 구속돼 아직까지 수감 중인 게 대표적이다. 하 전 지부장은 “중국 공안 당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씌워 간첩 행위로 규정했다”며 “중국은 2014년 반간첩법 시행 이후 일본인 17명을 구속했고, 그중 10명에게 징역 3~15년형까지 선고했을 정도”라고 했다.
하 전 지부장은 “북한 간첩 조직의 실상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국정원의 간첩 수사권이 폐지된 판국에 국가 기밀 탐지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누가 제대로 입증해 낼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자국의 안보나 국익을 위해서는 지나칠 만큼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법률 적용을 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대한민국은 양극화된 진영 논리 때문에 국익과 안보조차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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