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략적 침묵' 속에 조용했던 한덕수 시정연설…우원식 작심발언에 본회의장 '소란'
한 대행 "위기 극복 위해 협력" 호소에 국힘 박수갈채
대선 출마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침묵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호응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다만 시정연설 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등을 지적하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소란스러워졌다. 한 대행은 대선 출마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한 대행은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여 분간 추경 관련 시정연설에 나섰다. 한 대행은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 편성 배경과 내역, 위기 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작심한 듯 침묵으로 대응했다. 앞서 전날 민주당은 최고위 차원에서 '침묵 대응'을 결정한 바 있다. 무리하게 대응해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여론의 반발 등도 막겠다는 것이다.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등 진보정당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통상협상과 관련해 '매국협상 중단' 손 피켓을 본회의장 단상에서 보이도록 모니터 앞에 올려놨다. 이들은 한 대행의 시정연설이 시작되자 "내란죄 사죄하라"고 외친 뒤 퇴장했다.
전반적으로 야권의 차분한 대응 속에 대정부질문 등에서 으레 보여졌던 야유와 고함 등이 없는 채 한 대행의 시정연설은 이어졌다.
연설 말미에 한 대행이 "우리가 그동안 한마음으로 수많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높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을 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연설 마무리 직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다만 한 대행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우원식 국회의장이 발언에 나서자 본회의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우 의장은 "정부의 공언과 달리 정부 예산 조기집행 실적이 상당히 부진했다"며 "추경 편성을 미뤄온 정부의 설명에 비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작심 발언에 나서자 본회의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우 의장은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한 대행께서는 대정부 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 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등이 우 의장의 발언에 항의하며 의장석 주변으로 모이자 우 의장은 "어느 정파로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중한 비상계엄과 탄핵, 대통령 파면을 거치며 우리 국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며 "이럴 때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책임감을 갖고 잘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우 의장의 발언 기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반발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을 향해 박수를 치는 등 호응했다. 일부 의원들은 우 의장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 의장의 쓴소리가 이어지는 도중 한 대행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시정연설이 끝난 뒤 한 대행은 국회 본청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은 한 대행을 향해 "대선 출마 계획이 있냐"고 물었지만, 한 대행은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국회 본관을 나섰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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