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끌려다니면서 尹 극복 못하는 국힘, 이재명 욕만 해선 못 이겨”

양지혜 기자 2025. 4. 2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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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말한다]
국민의힘 김성태 前 의원
2024년 2월 18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인근. 국민의 힘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국민의힘의 김성태(67) 전 의원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 대선 경선 후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로 끌려다니면 6·3 조기 대선은 이재명의 승리가 될 것이 뻔하다”며 “‘차르(황제) 이재명’의 탄생이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이 뼛속부터 달라지는 처절한 반성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들은 조기 대선을 왜 치르게 됐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며 “나라가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 위기를 국민께 알리려면 일단 ‘윤석열의 강’부터 건너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해 치르는 조기 대선에서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윤 전 대통령과 맺은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야당이 됐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를 지냈다.

-국민의힘 2차 경선에 탄핵 찬성 2인, 반대 2인이 진출했는데.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정국 때 보수 진영이 결집한 것은 ‘이재명에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헌재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이 인용되고 난 뒤엔 보수 진영 안에서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기류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수영장 물이 빠지듯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보수 지지층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탄핵에 찬성해 온 안철수 후보가 4강전에 합류한 게 그 증거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당심과 민심에 차이가 있을까.

“보수의 본산이라는 대구·경북 당원들이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이준석을 헌정 사상 최연소 당대표로 뽑았다. 이는 이듬해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민심을 좇아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 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정치인들이 당심을 뒤늦게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의힘의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비상대책위는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며 윤 전 대통령을 극복하지 못하면 조기 대선 결과는 뻔하다. 당 지도부가 연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맹비난하는 메시지를 내지만 국민적인 반향이 크지 않은 것은 우리의 처절한 반성과 혁신 몸부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누구 때문에 치르는 것인지 국민은 안다.”

-반성과 혁신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유권자가 ‘국민의힘이 뼈와 살을 다 도려내는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결심해 줘야 한다. 보수 세력이 궤멸될 위기인데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지 않으면 국민은 국민의힘을 여전히 ‘윤석열의 포켓 정당’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최선인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치적 결별을 결단해야 한다. 이재명은 범죄 이력으로 얼룩져 있고, 이미 과도한 입법 권력을 장악한 그가 대통령까지 되면 정치 보복을 할 것도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을 만든 사람은 윤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이 최근 자택으로 이사하면서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하던데 보수 지지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소리다. 윤 전 대통령이야말로 보수를 배신했다.”

-윤석열 정권 주류 세력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정치적 폐족(廢族)이 됐음을 자인해야 한다.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면 의원직 사퇴라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추락한 데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언하기는커녕 권력에 빨대를 꽂고 누리면서 취한 탓이 크다. 이들이 새로운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서울 강서을 선거구에서 3선을 한 김 전 의원은 처음부터 김 후보 때문에 치르는 보궐선거에 그를 다시 공천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이 보궐선거 패배로 ‘김기현 지도부’가 붕괴했는데.

“윤 정권에 경고등이 켜진 일이었다. 그런데 선거 패배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그 결과는 작년 4월 총선 참패였다. 그 뒤라도 당정이 거대 야당과 대화하면서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그러다 대통령이 군을 동원하는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는커녕, 그 이후 야당 역할도 제대로 못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덕수 대선 차출론’이 거론되는데.

“당이 땅바닥에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자강 의지를 키우기보다는 기생할 수 있는 권력의 숙주를 찾는 꼴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당한 이유는 뭘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보수 진영이 뿌리부터 달라져야 했다. 그런데 ‘용병 윤석열’에게 기대면서 성찰을 멈췄다. 문재인 정권 초반인 2018년, 내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9박 10일 노숙 단식을 해서 ‘드루킹 특검’을 통과시켰다. 당이 처절한 자세로 분투하자 국민의 선택을 탄핵 5년 만에 다시 받을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옥고를 치르며 억울한 점이 많았겠지만 보수 진영을 위해 말을 아꼈다. 윤 전 대통령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윤 전 대통령과 선 긋기를 못 하면 이 후보를 백날 욕해 봐야 소용없다. 보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수호하는 세력이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출현하면 대한민국 입법·행정·사법의 영역을 한 손에 장악하는 사실상 ‘차르’와 다름없는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를 알리려면 보수 세력이 ‘윤석열의 강’부터 건너야 된다.”

-‘윤석열 신당설’이 나오는데

“윤 전 대통령 뜻이 개입됐다면 보수를 우습게 본다는 증거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세력에 사과하고 자숙해야 한다.”

☞김성태는

1958년생. ‘사우디 건설 노동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을 지냈고, 1998년 서울시의원 당선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보수 정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강서을 지역에서 18·19·20대 국회의원으로 내리 뽑혔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내며 ‘드루킹 특검’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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