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집 없어" 벼락거지 공포…조급함이 만든 개미의 '한 방' 베팅

천현정 기자 2025. 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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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가 미국 자산시장을 흔들고 있다.

고위험을 감수하는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을 한국 개인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미국 자산운용사의 보고서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오징어게임 주식시장'에 빗댄 미국의 자산운용사 보고서가 화제였다.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처럼 한국인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이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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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흔드는 0.2%]⑥고위험·고수익 투자 쫓는 개미들, 이유는?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증권학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서학개미가 미국 자산시장을 흔들고 있다. 고위험을 감수하는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을 한국 개인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미국 자산운용사의 보고서까지 나올 정도다. '테마주'라는 좌표가 찍히면 '대박 신앙'으로 무장하는 서학개미의 투자행태를 추적해본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사진=천현정 기자

한국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오징어게임 주식시장'에 빗댄 미국의 자산운용사 보고서가 화제였다.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처럼 한국인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이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초 양자컴퓨터 테마가 뜨자 관련주를 대거 매수한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상품 투자도 서슴지 않았다. 크게 한몫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국 주식 동전주에 집착하는 한편, 재무제표상 한계 기업과 다를 바 없는 종목에도 공매도 비율이 높다는 이유 하나로 숏스퀴즈(공매도 주체가 포지션 청산을 위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에 베팅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주요 자산 형성 과정이 부동산을 통해 이뤄져 온 점이 고위험 투자를 추구하는 성향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들 내 집 마련의 꿈이 있는데 부동산값이 너무 많이 올라 일반적인 투자를 통해 거둔 이익으로는 불가능하니 고수익을 추구해서 시드머니라도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했다.

이준서 교수는 "한국은 투자자 비율이 개인 7, 기관 3 정도인데 미국은 정확하게 이와 반대로 기관 7, 개인 3 정도"라며 "자산 비중도 한국은 부동산 8, 금융 2라면 미국은 부동산 2, 금융 8로 고위험 투자는 결국 부동산 쏠림 현상에서부터 시작된 문제"라고 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개인의 전체 소득 중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의 비율이 높아 개인들의 투자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도 짚었다. 코스피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50%에 가까운 데 비해 미국 나스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15~20% 수준이다. 미국의 401(k)(미국 퇴직연금) 등 해외는 연금을 통한 간접 투자가 활성화돼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개인들의 직접 투자 비중이 높다.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가 만든 그림.

한국인 투자자들이 행동경제학적인 특징인 '군중 심리'와 '자기 확신'을 동시에 보이는 점도 이들을 고위험 환경으로 이끌고 있다. 이준서 교수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코인 자산이 급등한 주변인들을 보고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자신을 '벼락 거지'에 빗댔다"며 "자기 확신 레벨이 높은 한국인들이 주변인들을 따라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나서 그 특징이 극대화됐다"고 했다.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한국인들의 '투자 시계'를 전반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회전율(전체 시총 대비 거래 금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특히 2030 세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3~4배 높다"며 "회전율이 높으면 거래세를 많이 내니 같은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세후 수익은 훨씬 줄어드는데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점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식 등 단타 호흡이 아니라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했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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