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혁신 신약, 뉴 모달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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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겨울, 캐나다의 한 병원에 열네 살 소년 레너드가 입원해 있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은 2028년까지 뉴 모달리티 신약이 전체 의약품 매출의 6%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한국은 전체 신약 개발 수는 세계 3~4위권이지만, 뉴 모달리티 신약 비중은 미국, 유럽, 중국보다 현저히 낮다.
한국이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단순히 신약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뉴 모달리티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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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겨울, 캐나다의 한 병원에 열네 살 소년 레너드가 입원해 있었다. 제1형 당뇨병 말기 환자인 그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었다. 그 무렵 29세였던 외과의사 프레더릭 밴팅은 동물의 췌장에서 혈당을 낮추는 물질을 추출하고 있었다. 1922년 1월, 밴팅은 자신이 얻은 물질을 레너드에게 투여했고, 하루 만에 혈당 수치와 소변 내 당 검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 단백질은 '인슐린'이라 명명됐고, 현대 의학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인슐린은 단백질도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수많은 소나 돼지의 췌장을 꺼내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제조 비용이 너무 높아 제약회사들도 개발을 꺼렸다. 이 문제는 50년 뒤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제넨테크(Genentech)가 해결했다. 인간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재조합 인슐린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과 동일한 인슐린을 대장균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었기에, 제조 비용과 면역반응 문제가 동시에 해결됐고, 새로운 방식의 혁신 신약 시대가 열렸다. 이는 전통적인 화학적 합성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생명공학 기반의 의약품, 즉 단백질로 만들어진 혁신 신약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약이 등장했다. 특히 항체 의약품은 암과 같은 여러 질환에 널리 쓰이며 '블록버스터 신약'이 됐다. 전문가들은 2028년이면 생명공학 기반 의약품이 기존 합성 의약품의 글로벌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기존 의약품과 구별되는 새로운 형태의 약물을 '뉴 모달리티(new modality)' 신약이라 부른다. 단백질에 이어 면역세포나 줄기세포, 방사성의약품, 나아가 살아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까지도 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신약들은 개발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성공 시 독점성과 수익성이 매우 높고 기존 치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은 2028년까지 뉴 모달리티 신약이 전체 의약품 매출의 6%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전체 신약 개발 수는 세계 3~4위권이지만, 뉴 모달리티 신약 비중은 미국, 유럽, 중국보다 현저히 낮다.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의 40% 이상이 여전히 합성 의약품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를 책임질 바이오 벤처들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 분야 창업 건수는 2015년 300건 이상이었지만 2022년에는 29건으로 급감했다. 투자 위축과 상장 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이다.
한국이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단순히 신약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뉴 모달리티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바이오 기업이 자체 기술로 글로벌 공동 개발과 기술 이전을 이끌고, 정부는 임상 승인 절차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속도를 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뉴 모달리티 신약의 임상 허가가 까다롭기로 세계에서 손꼽힌다.
바이오 의약품은 미래의 산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현재의 산업'이다.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는 제약 주권은 물론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놓치게 될 것이다.
[민정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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