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만 보인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중징계 적절했나
간접광고 상표명 반복 노출 제재 받은 '벌거벗은 세계사'
광고 심의로 법정제재 '경고' 이례적… 의결 기준 없었다?
"어떤 기준 위반인지 명확하게 지적 안 하면 제도 망친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최근 리클라이너 체어 간접광고 상표 반복 노출로 tvN '벌거벗은 세계사'를 중징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의결을 놓고 심의 기준이 모호해 방송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심의 기준을 제시해야 방송사들이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tvN '벌거벗은 세계사'(2024년 12월17일 등)에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적용조항은 방송심의 규정 47조(간접광고) 1항 제2호로 “간접광고 상품명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시청 흐름을 방해한 내용”에 해당된다는 방심위 판단이 나왔다.
해당 방송엔 출연자들이 앉아 있는 간접광고 상품인 리클라이너 체어의 상표명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이 강의를 듣는 형식으로 방송이 진행되는데, 강연자와 강의 참고 영상 등을 제외하면 출연자들이 앉아 있는 제품이 수시로 등장한다.
간접광고 규정 위반으로 법정제재 '경고' 이상의 제재가 나오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tvN은 2023년 '아주 사적인 동남아'(법정제재 '주의')와 2024년 '김창옥쇼'(행정지도 '권고')로 간접광고 규정 위반 판단을 받은 적이 있는데 모두 법정제재 '경고'보다 낮은 수위 제재였다.
'아주 사적인 동남아'와 '김창옥쇼'는 방송 중 간접광고 상품을 출연진들이 직접 시연해 제재를 받았다.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경우 '코숨테이프'를 출연진들이 서로 붙여주고 잠에 드는 장면이 나왔고 '김창옥쇼'는 착즙당근주스를 출연진들이 마시며 맛에 대해 언급하거나 '맛있게 챙기는 건강' 등의 자막이 노출됐다. 사실상 홈쇼핑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표명 노출'만으로 제재를 받은 '벌거벗은 세계사'와는 상황이 달랐다.
2015년 Mnet '슈퍼스타 K7'이 '상표명 노출'로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적 있지만 간접광고 상품이었던 차량(재규어)을 광고하는 별도 영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량의 내외부 모습이 클로즈업됐고 해당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도 노출됐다.
'벌거벗은 세계사'가 받은 제재 수위(경고)는 간접광고 상품의 별도 영상이 제작됐던 Mnet '슈퍼스타 K7'과 동일하다. '벌거벗은 세계사'의 경우 간접광고 상품을 장시간 노출한 측면이 있으나 광고의 노골적인 부분만 보면 '아주 사적인 동남아', '김창옥쇼', '슈퍼스타 K7' 등의 사례가 더 심하다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심의위원들이 이러한 심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고가 과도하다”, “시청 흐름에 방해된다”는 주장만이 반복됐다. 방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표명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반복 노출해야 문제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법 시행령 59조의3(간접광고)에는 '방송프로그램 100분의 7 초과 금지', '(상표명) 크기 화면 4분의 1 초과 금지', '상품 등 언급하거나 구매·이용 권유 금지' 등의 조항이 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위반을 지적해야 심의 사례가 쌓이고 방송사들 혼란이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시청 흐름을 방해한다'는 규정이 추상적이라 해당 규정만으로 중징계를 의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5기 방심위원을 지낸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간접광고) 화면 사이즈가 문제인지, 노출시간이 문제인지, 방송 중 '의자 편하다' 발언을 해서 문제인지 등 어떤 기준에 따라 과도하다는 것인지 심의에서 지적해야 한다”며 “기준 없이 아무렇게나 심의를 하니 간접광고 심의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시청자들만 손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본래 9인으로 구성되는 방심위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 추천 3인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성옥 교수는 “공식적인 기준 없이 개인만의 기준으로 과도하다 아니다 판단했다면 매우 문제다. 제도를 망치는 것”이라며 “전문성이 부족한 위원들이 자의적인 판단을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튜브 등의 등장으로 방송광고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심의마저 기준 없이 이어진다면 방송사 입장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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