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다운' 고집하는 트럼프, '몸사리는' 시진핑?...미중 협상 더딘 이유는

이서희 2025. 4.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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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협상에 좀처럼 진도가 나지 않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직거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과 대화를 끌어갈 책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시진핑과 담판 짓는 '톱다운(Top Down·하향식)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차후 미국과 협상을 벌일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용인하면 그 국가에도 무역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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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대일 대화 고수하는데
시진핑, '쇼' 전락할까 극도로 경계"
트럼프 고집에 '한 달 내 타결' 요원
중국, 대미 협상하는 제3국에도 경고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미중 관세 협상에 좀처럼 진도가 나지 않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직거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일대일로 만나 담판을 짓기를 원하는데, 시진핑이 묵묵부답하며 대화 물꼬가 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 대화 원하는 트럼프, 물밑 대화 차단"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일대일 대화를 고집하고 있고, 이것이 양국 간 무역 전쟁을 멈추기 위한 다른 외교적 시도들마저 막아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백악관 대표단이 베이징에 있는 중국 당국자들과 대화하려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주중 미국대사도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를 마치지 못해 부임하지 못했다. 중국과 대화를 끌어갈 책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시진핑과 담판 짓는 '톱다운(Top Down·하향식)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7일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면서 '한 달 내 협상 타결'을 자신했다. 그러나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두 정상 간 의미 있는 대화가 시작되지 못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는 "비공식 외교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 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랬듯 시진핑과도 직접 상대하고 싶어 한다"고 짚었다. 자신의 입장을 타인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을 트럼프가 원체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진핑이 톱다운식 협상을 회피하고 있는 점이다. 직접 대화하자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발신될 때마다 중국은 이를 모른체하고 있다. 트럼프와의 대화가 공개적인 '쇼'로 전락해 자신이 굴욕을 당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미국과 중국 외교가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관측 중 하나이다.

일례로 트럼프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자신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고 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전례가 있다. 하스는 "중국 관료 체계는 자국 지도자가 망신당하는 상황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며 "(젤렌스키 때처럼) 시진핑이 세계 무대에서 창피를 당하거나 거래가 불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거래 스타일에 끌려다니는 장면을 중국 국내·외에 노출시킬 순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관리 가능하고 신뢰할 만한' 미국 측 담당자와 먼저 대화하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협상을 중국은 원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중국 이익 훼손하면 보복"...대미 협상국에도 경고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는 제3국들을 향한 경고도 발신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1일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훼손함으로써 이른바 '면제'를 받는 것은 호랑이에게 가죽을 요구하는 것(與虎謀皮·무모한 일)이고,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미국과의) 거래를 달성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대등하게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 대가로 각국에 중국의 제조 역량 제한 조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은 차후 미국과 협상을 벌일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용인하면 그 국가에도 무역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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