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일부 털어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경영 복귀할까

송응철 기자 2025. 4. 21.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횡령 혐의로 불구속 송치…경영 복귀 ‘시기상조’ 시각도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상당 부분이 해소됐다. 재계의 관심은 그의 경영 복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이 전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회장은 2014~2016년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오너 일가 소유의 휘슬링락 컨트리클럽(CC)과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21년 8월 태광그룹 2인자이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을 주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 전 회장이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른 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다.

이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승소했으나, 2023년 3월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김 전 의장이 자발적으로 김치·와인을 거래할 동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건 재검토에 착수한 검찰은 김 전 의장으로부터 이 전 회장의 지시 및 관여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1차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 등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다시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에는 누나 이재훈씨와의 차명재산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860억원 규모의 차명재산 중 400억원 규모의 채권을 향후 반환조건으로 이씨에게 맡겼다. 그러나 이후 이씨가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자 이 전 회장은 2020년 채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이 전 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차례로 해소되면서 재계의 초점은 그의 경영에 복귀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약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오너 공백 상황이 무기한 연장되자 태광산업 2대 주주(6.09%)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이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태광산업이 섬유·화학 등 주력사업의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신성장동력 발굴 등 미래 비전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최대주주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태광산업 비상근 고문으로 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 등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자문역을 수행 중이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의 건강 호전 상황 등을 고려해 경영 복귀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2011년 구속된 직후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에도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 등을 이유로 병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그를 둘러싼 일부 혐의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 명의의 계좌로 급여를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태광CC가 개인 골프연습장 공사비를 대납하게 한 혐의와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김 전 의장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2021년 10월 만기 출소한 이 전 회장은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복귀를 준비했다. 그 직후인 8월24일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을 돌연 해임했다. 내부 감사에서 비위가 드러났다는 이유에서였다.

태광그룹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김 전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대표는 친분이 있던 부동산 개발업자의 청탁을 받고 계열 저축은행 대표에게 1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김 전 실장은 표적 감사를 주장하며 고발에 나서면서 이 전 회장은 다시 수상선상에 오르게 됐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지 불과 2개월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현재 이 전 회장이 받는 혐의는 대부분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김 전 의장이 저지른 일들"이라며 "김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범법행위가 드러나고 사법 처리될 위기에 놓이자 이 전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