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107명 ‘주진우’밖에 안 보인다”…개점휴업 野, 결기도 소신도 실종
①대선 패배 ‘무력감’ ②그래도 선방 ‘자만심’ ③野로 공수 교대 ‘안일함’ 복합 작용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우리에게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혁신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합니다."(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벼랑 끝 '사면초가' 신세다. 어제와 오늘, 내일 모두에 희망이 안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 정권을 속수무책으로 넘겨줬다. 그렇게 집권여당에서 소수야당으로 전락했다. 22대 국회 내내 정국의 주도권을 쥐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소속 의원 상당수는 특검의 사정권 안에 숨죽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환골탈태를 위한 혁신의 동력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는 지금 2004년 탄핵 정국 때 천막당사를 주도했던 것과 같은 '결기'도,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사이 보수 여권의 혁신을 주도했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같은 '소신파 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주진우, 김민석 집중 공격에 역공 타깃 돼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탄핵의 강을 건너 당의 '쇄신'을 모색하고, 외부적으로는 당정에 맞서 '견제·투쟁'을 하며 이슈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타개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는 지금 조용하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현재 ①대선 패배 직후 만연한 '무력감' ②탄핵 국면 속 이 정도면 '졌지만 잘 싸웠다'는 자만심 ③야당으로 위치가 바뀌었으니 당분간 쉬어도 된다는 '안일함'에 사로잡힌 채, 정국을 반전시킬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 국민의힘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첫 지점은 '원 구성' 협상이다. 국회에선 민주주의 균형 체계를 고려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관례로 여겨져 왔다. 최근 임기를 시작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요청한 '추경(추가경정) 처리 협조'의 협상 카드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길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기 원내지도부 체제에서 합의된 '2년 임기'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법사위원장직을 내놓을 의지가 전무한 분위기다.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는 일주일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진 만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쟁점들을 관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여대야소의 불리한 상황에서 원내지도부 중 유능한 협상가 역할을 할 인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원내지도부 인사들의) 면면이 다들 너무 젠틀하다"고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야당의 시간'으로 꼽히는 인사청문회 정국에서도 야당 공격수는 사실상 주진우 의원 외에는 마땅히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정부 임기 초 '인선' 이슈는 야당이 위축된 상황을 반전시키고 여론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로 활용돼 왔다.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국무위원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해 임기 초 국정 운영 동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김용태 임기 만료까지만 버티자"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도 '송곳 인사 검증'을 통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였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인사 검증의 첫 대상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여러 의혹을 우후죽순 건드리고 있으나 묵직한 치명타를 입히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해 한 국민의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불성실하게 하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힘들게 준비했는데, 그마저도 여당의 거대 군단이 철통같이 엄호하면서 희석됐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활약한 인물은 주진우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나온 의혹들을 찾아내 알린 것은 물론, 아들의 동아리 활동에 입법권을 동원한 논란 등도 가장 먼저 알렸다. 이 때문에 주 의원은 여당으로부터 역공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때부터 인사 검증 업무를 해본 주 의원의 경험이 빛을 발한 것 같다"면서도 "역으로 주 의원 외에 다른 유능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은 아쉽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패배에도 국민의힘 쇄신 열차는 멈춰서 있는 상태다. 당내 계파 갈등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데다 쇄신 선봉장을 자처한 김용태 위원장도 임기 종료가 다가오며 쇄신 동력이 바닥나고 있는 상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스킨십을 한 데 이어 유승민 전 의원 등 소신파 원로들과 만나 '개혁' 의지를 피력했지만, 결국 당내 친윤(親윤석열)계를 비롯한 주류층의 마음은 얻지 못한 모습이다.
당내 전략 파트와 정책 조직들도 대선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김용태 위원장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시사저널에 "여의도연구원이나 전략 파트를 통해 당 쇄신에 필요한 정강정책 등을 구상하는 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는데, 취재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이나 당내 정책 파트에선 관련 내용이 검토되고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의 한 정책 파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개시한 당무감사도 거의 진행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렇게 조용한 것은 결국 김 위원장 임기까지만 버티자는 기류가 만연한 것"이라며 "다들 선거 때 고생했는데 혁신위원회가 출범하거나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는 일단 쉬어 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인사들이 투쟁과 쇄신에 소극적인 이유는 소수당으로서 전력의 한계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각자의 정치적 손익계산을 따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가오는 전당대회와 지방선거까지 모난 행동을 하지 않고 무난하게 주류층 표심을 얻으며 다음을 노린다는 취지에서다. 그간 개혁파로 주목받은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들 역시 최근 조용한 모습이다.
과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대표됐던 소장파 세력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소신파로 꼽히는 국민의힘 핵심 당직 인사도 시사저널에 "당분간 대선 패배 트라우마에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나서는 것이 플러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당이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진 상황에서 정풍(整風) 운동을 할 '세력·용기·의지' 세 가지가 전무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다시금 과거 보수당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근본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는 일침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원로 인사는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갔다. 민주당과 더블스코어 격차"라며 "특히 일부 의원은 '그래도 탄핵 정국에서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여기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내 통합도 중요하지만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 여론도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보수 가치부터 지키면서 각자 '사심'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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