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위' 월마트 TV, 관세 역풍…삼성·LG에 기회
[한국경제TV 김대연 기자]
<앵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북미 TV 시장을 공략하는 자국 기업들을 오히려 궁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미국 TV 업체들이 주로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들여오는데, 관세 폭탄을 고스란히 맞게 된 겁니다.
관세에서 자유로운 멕시코에서 TV를 주로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새로운 기회가 온 셈입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미국 가전업체들이 왜 위기를 맞은 겁니까?
<기자>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은 건 중국이죠.
중국 때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 살 깎아 먹는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상호관세를 매겼는데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미국 TV 업체들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미국 TV 시장 2위 업체가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온'인데요.
북미에 파는 TV를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합니다.
게다가 월마트는 지난해 '비지오'를 23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에 인수했는데요.
국내에선 비지오가 낯설 수 있지만, 북미 TV 시장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TV 제조업체입니다.
비지오는 중저가 보급형 TV가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데, 여기도 중국과 대만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품을 만듭니다.
이 외에도 '로쿠'와 '아마존TV' 등이 주문을 받고 중국 TCL 공장에서 TV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공격하려다가 미국 TV 업체들이 단체로 역풍을 맞은 꼴입니다.
<앵커>
미국 기업들이 관세 폭탄을 맞게 되면, 그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기자>
TV 가격을 올리는 게 최선입니다.
소비자들이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거죠.
특히 온과 비지오는 저렴한 TV로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요.
실제로 미국 TV가 얼마나 싼지 아마존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온 TV 가격을 보면 32인치는 130달러, 40인치는 170달러였는데요. 우리 돈으로 각각 18만 원, 24만 원 수준입니다.
이보다 해상도가 더 높은 삼성 TV는 50달러, 약 7만 원밖에 안 비쌉니다.
지난해 북미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20%), 온(15%), TCL(14%), 하이센스(14%), LG전자(10%) 순인데요.
관세가 높게 책정된 중국과 베트남 등에 공장을 둔 만큼 현재 저가 공세 전략으로 삼성전자의 아성을 넘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삼성이나 LG 등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 생산하는데, 오히려 호재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부분 멕시코에서 TV를 생산해 북미 시장에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에 공장이 있습니다.
멕시코도 관세 우려가 컸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국에서는 빠졌죠.
캐나다와 함께 보편관세 10%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일단 관세 영향을 비껴간 거죠.
지난해 미국도 멕시코(2,500만 대)에서 TV를 가장 많이 수입하긴 했는데요.
그다음이 중국과 베트남이었습니다. 두 나라에서만 1,580만 대를 사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나 중국보다 미국 TV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리츠증권도 "북미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악화로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업체들이 관세 노출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데, 우리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죠.
그만큼 삼성과 LG 모두 상황별로 시나리오를 준비한다는 입장입니다.
우선 삼성전자 관계자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용석우 /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지난 7일): 이번에 발표된 관세 영향은 경쟁사 대비 적지만, 관세가 계속 변화돼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사는 전 세계 약 10개 생산 거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관세에 따라 생산거점을 통해 파고를 넘어가고자 합니다.]
LG전자도 미리 생산해서 재고를 쌓아두거나 스윙 생산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인데요.
스윙 생산은 세계 각국에 공장을 짓고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동남아 지역의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관세율이 작은 지역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겠죠.
현재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인근에 대규모 창고 조성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창고 시설을 추후에 가전 공장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글로벌 생산기지가 여러 곳으로 분포된 우리 기업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김대연 기자 bigkit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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