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 돌아온 이 남자, 예천에 생텀마을 만든 이유 [지역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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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상영합니다.
김씨는 "생텀마을은 예천이 지닌 청정 자연의 치유력과 지역 자원의 가능성을 토대로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과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와 건강을 나누기 위해 탄생했다"며 "앞으로는 주민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건강관리의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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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정착 후 청정 자연으로 회복
치유 경험 나누고파 청년마을 기획
지역사회 지속 가능 모델 꿈꿔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상영합니다.
지난 12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생텀마을 복합문화공간에서 만난 김민성(42)씨는 납작한 과자 하나를 내밀었다. 5년 전 예천에 정착한 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농법으로 직접 키운 호두에 무농약 현미와 찰현미를 섞어 만든 누룽지였다.
그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명상과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9년 전 심신이 많이 지쳤을 때 지인의 초대로 처음 예천을 찾았다가 청정 자연이 뿜어내는 풀 내음에 반해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랜 해외 생활로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서 명상과 자연 치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현지인의 기술 교육과 취업을 도왔던 그는 당초 5개월간 일하기로 계약했지만 성과가 탁월해 연장을 거듭하며 2년 넘게 머물렀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반군 테러조직 탈레반의 공격으로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그를 포함해 국제협력개발 사업으로 파견된 한국인들은 가장 안전하다는 미군기지에서 지냈다. 하지만 미군기지는 탈레반의 주요 공격 시설이라 쉴 새 없이 총탄과 포탄이 날아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공습 사이렌과 대피 방송이 울려 밥을 먹거나 잠을 자다가도 방공호로 달려가야 했다. 김씨는 "한시도 편히 잘 수 없을 정도로 긴장과 불안감의 연속이었다"며 "돌아보면 감옥보다 더 지독한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귀국 후에도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렸다. 어느 날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대형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 '몸짱'으로 불릴 만큼 튼튼했던 그가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되기만 했다.
절망에 빠진 그때 유명인들의 자세 교정법으로 알려진 '알렉산더 테크닉'과 움직이는 명상으로 불리는 '타이치'를 접하고 서서히 건강을 회복했다. 요가와 비슷한 운동법으로 심신을 치유하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예천에 들렀다가 깨끗한 자연과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음식을 먹으며 말끔히 나았다. 김씨는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에게 치유 경험을 나누기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때마침 행안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접하고 생텀마을을 추진했다.
오랜 준비 끝에 생텀마을을 탄생시켰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다. 그는 "첫해 깊은 산속에 숙소를 만들었는데 다음 날 '카페와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요구사항이 나와 자연의 치유력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숙소를 예천 중심가로 옮기고 참가자들이 번화가도 누빌 수 있게 틈틈이 프로그램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행안부 지원으로 생텀마을의 기반을 닦은 그는 예천 주민들과 치유 경험을 공유하며 예천 중심가에도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씨는 "생텀마을은 예천이 지닌 청정 자연의 치유력과 지역 자원의 가능성을 토대로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과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와 건강을 나누기 위해 탄생했다"며 "앞으로는 주민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건강관리의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예천=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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