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0층이라고요?"…고비 넘고 또 넘은 123층 생존기
555m, 2917개 계단…한계 시험하는 수직 마라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가족·친구·연인과 특별한 도전
남성 18분·여성 21분…올해 남녀 역대 최고 기록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2025 ‘스카이런’ 대회가 열린 20일. 아침 일찍 잠실역 1번 출구를 나와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으로 향하자 민트색 티셔츠의 사람들이 물결을 이룬다. 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나온 11살 이영민군은 “1시간 안에 꼭 완주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쥔다. 함께 대회장을 찾은 할아버지 이춘성(78) 씨는 “롯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매년 가족과 행사에 참석 중”이라며 “오늘은 손자·며느리를 응원코자 왔다”고 웃었다.
대회는 참가자 번호 그룹별로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방식이다. 배 번호의 스마트칩을 통해 출발선을 지나는 순간부터 결승선을 밟을 때까지 개인 기록을 측정한다. 오전 9시 반, 총성과 함께 첫 레이스가 시작됐다.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일반 참가자들도 속속 출발선에 섰다. 가족·연인·친구의 응원 목소리도 이어진다. S전자에 근무하는 박진용(44)씨는 “평소 회사에서 연습했을 때는 100층 기준 20분대를 기록했다”면서 “오늘 아이와 아내에게 꼭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회 취재차 1184번 번호를 부여받은 기자도 민트색 경기 티셔츠로 갈아입고 오전 11시 출발선에 섰다. 건물 아래에서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니 위압감이 상당했다. 호기롭게 뛰었지만, 겨우 10층부터 뛰는 것을 포기했다. 10여 분 만에 허벅지가 후끈 달아오르고 턱밑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가파른 계단 속 귓가에서는 참가자들의 가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20층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대회 주최사 롯데물산은 응급 상황을 대비해 5개층(22층·40층·60층·83층·102층)에 피난안전구역을 마련했다. 이곳에는 물과 이온 음료, 휴대용 산소호흡기가 있다. 응급상황에 긴급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진도 대기하고 있었다. 초반 같은 무리였던 페이스메이커들이 모두 앞서 가 초조함이 엄습했다. ‘한걸음 천천히 가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등 층별로 마련된 계열사 응원판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면 완주 메달을 준다. 결승선에 들어온 이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123층 전망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스카이런은 남성 여성 부문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 나왔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온 안봉준(37·남)씨가 18분 32초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안씨는 “평소 철인 3종 경기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사이클링이 허벅지 근육 단련에 도움이 됐다. 올해 작년(19분대) 기록을 깼는데 내년에는 17분대에 도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 부문에서는 다른 참가자에 비해 고령인 53세의 김현자씨가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21분 8초를 달성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김씨는 “집이 24층인데 근력 운동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준비를 해왔다”며 “초반부터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던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대회는 국내 재활치료 환아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롯데물산은 대회 참가비 5만원을 모아 소아재활전문병원인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재활센터 운영 기금으로 기부한다. ‘따뜻한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이 올해의 슬로건이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올해로 7번째를 맞이하는 스카이런 대회는 매년 많은 관심 속에 롯데월드타워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123층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이 특별한 성취감을 얻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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