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격이 시작됐다…알고도 못막는 희토류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2025. 4. 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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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인사이트] 중국 대미 보복조치로 희토류 수출 통제…첨단·방위산업 등에 치명타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하노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동남아 순방 중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호찌민 묘소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25.04.1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하노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면서 미중 경제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희토류는 대중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미국의 첨단 및 방위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에서 지정학적 이권을 선점하려는 배경에도 바로 희토류 대체지를 찾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선데이모닝 인사이트> 중국이 대미 관세 보복조치로 희토류를 꺼낸 배경에 대해 짚어보고 미중 양국의 패권경쟁에서 희토류 경쟁이 갖는 의미와 함께 향후 전개 양상을 전망해 봤다.
中 환경비용 감수, 희토류 공급망 독점
[AP/뉴시스]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있는 마운틴 패스 광산의 희토류 광산의 2024년 항공사진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높은 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 광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자 미국에서 새로운 희토류 채굴 광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2025.04.18. /사진=유세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서며 맞불을 놨다. 중국이 희토류 통제로 대미 보복에 나선 것은 대미 수출 비중은 적지만 공급망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사실 희토류는 중국 외에도 미국, 호주, 러시아, 베트남 등지에 매장돼 있고 채굴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희토류 생산의 전 단계를 커버하는 유일한 국가로서 글로벌 희토류 생산의 70%, 제련 공정의 90%를 점유해 사실상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느슨한 환경규제 덕분이다. 실제로 희토류 금속 1톤을 추출하는데 약 6300만리터의 독성 가스와 20만리터의 산성 폐수, 1.4톤의 방사성 폐수가 발생한다. 과거 미국에서도 희토류 생산이 이뤄졌지만 폐수 유출 등의 문제로 결국 문을 닫았고, 현재는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중국에 보내 정제와 제련을 거쳐 재수입 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막대한 환경비용을 무시한 채 저렴한 노동력을 투입해 희토류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시장의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70여 가지 희토류와 관련 품목을 수출허가 품목으로 지정하고 난립해 있던 희토류 기업을 '중국희토그룹'이란 국유기업으로 통폐합했다. 여기에 각종 보조금과 연구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동시에 영구자석 제조 기술과 희토류 정제 및 제련 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현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위원은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적 지위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받게 될 충격이 불가피하다"면서 "대체 공급망 확보 등으로 수출 통제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겠지만 중국산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희토류 통제, 미국 안보 문제 제대로 겨냥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취재진을 만나 “우크라이나는 매우 가치 있는 희토류를 갖고 있고, 우리는 수백억 달러 지원에 대한 담보로 희토류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2.0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의 안보적 취약점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무역갈등을 넘어 패권전쟁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중국이 독점하는 희토류는 무기 제조를 위한 핵심 재료라는 점에서 미국의 방위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전자기기와 전기모터에는 '영구자석'이 쓰이는데 이는 한번 자성을 띠면 외부의 전원 공급 없이 자성을 유지하는 물질이다. 여기에는 '네오디뮴'이라는 희토류가 주로 쓰이는데, 엔진터빈이나 고성능 모터처럼 고열이 발생하는 부품에는 '디스프로슘'이라는 희토류가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 또한 ''이트륨'은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엔진코팅이나 유도탄 등 레이저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다. 즉, 영구자석이나 희토류 없이는 미국의 무기 제조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중국산 희토류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출이 전면 금지될 경우 미국 방산 업체의 무기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F-35전투기 생산에 약 440kg의 희토류가 필요하고 이지스함은 약 2.4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약 4.1톤의 희토류가 소요된다. 미국은 영구자석 등 일부 희토류에 대해 6개월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이 비싸지만 일본 등지에서 대체 공급도 가능하지만, 디스프로슘은 재고나 대안이 모두 없기 때문에 방산업체의 무기 생산 라인이 곧 중단될 수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는 남중국해와 인도o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유리한 지정학적 안보환경을 조성하려는 전략적 노림수가 깔려있다. 지난 2010년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영유 권 갈등으로 일본과 충돌했을 당시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해 3일 만에 항복을 받아낸 경험 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미 희토류 통제 조치는 대만해협 등에서 미국과 갈등이 심화될 경우를 상정해 대미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정부는 회색지대 전략(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안보목표를 달성 하는 전략)의 하나로 희토류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0년에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 로 손쉽게 일본을 굴복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 상황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를 희토류 생산기지화
(수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미 지역의 해병, 공중 공습 부대 사령부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있다. 2025.04.0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수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미국의 대응책 마련이 너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심각한 환경비용을 감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중국산 희토류를 대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희토류 충격을 겪은 일본의 경우 대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희토류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등의 꾸준히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반면 한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토류를 생산했던 미국은 환경문제와 고비용 구조 등으로 희토류 생산을 포기한 채 값싼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만 키워온 셈이다.

중국산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희토류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국의 우려는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탄소 중립 정책과 전기차, 풍력 발전 등 친환경 기술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희토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와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희토류 수요는 최대 500%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광물협정을 추진하고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결국 희토류 확보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핵심광물자원 50개 중 22종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으며 여기엔 희토류도 포함된다. 또한 그린란드의 '크바네펠트' 광산과 '탄브리즈' 광산은 세계 3대 희토류 매장지로 꼽히며 글로벌 희토류 공급량의 최대 15%까지 담당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에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미국에게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취약성을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길주 교수는 "단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희토류를 둘러싼 전선은 확대o심화될 것"이라면서 "향후 트럼프는 시진핑과 관세를 내리고 희토류 통제를 풀어냄으로써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희토류 확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에서의 이권을 확보하겠다는 자신의 정책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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