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해운업계 반사이익 기대감 속 신중론도

이수정 2025. 4. 19. 0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세 이어 해운전쟁
울산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 HD현대]
17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해양, 물류 및 조선 부문 지배력 강화에 대한 USTR 301조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글로벌 해운업계는 이미 중국 조선소 대체재를 찾는 등 미국의 조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USTR은 조치 배경으로 ‘중국산 상선의 시장 점유율 급증’을 꼽았다. USTR에 따르면 1999년 전 세계 선박 건조량 중 5% 미만이었던 중국의 점유율은 2023년 50%를 초과했다. 지난해 1월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상선의 19%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엑손모빌은 중국 조선소에서 만들 예정이던 액화천연가스벙커린선(LNGBV) 주문 계약을 미뤘다. 중국 조선사와 거래하던 그리스 선주의 해운사 캐피탈 마리타임은 HD현대와 20척 규모 수주를 논의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도 리스크를 지기 싫으니 한국 조선소를 찾을 유인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국적 해운사 HMM의 경우 중국 선박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이 회사 컨테이너선 83척 중 5척이 중국 선박인데, 소형이라 동남아 노선에 투입한다. 다만 해운 운임이 오르면 물동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때문에 운임이 오르는 건 선주·선사 이득이 아니라서 시장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산 자동차운반선에는 CEU(Car Equivalent Unit·선박의 차량 탑재 능력 단위)당 150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현대차·기아 수출 차를 미국으로 운송하는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 중 미국산 배는 없다시피 해서, 미국 수출용 차량 운반선은 모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화주와 상의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 말했다.

3년 뒤부터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했다. 2028년 4월 17일부터 전체 LNG 수출량 중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한다. 2047년까지 이 비중은 15%로 늘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LNG 판매 확대 방침을 세우면서 LNG운반선 수요 증가가 기대되자 국내 조선사는 기대감을 키워왔다. 글로벌 조선·해운 투자금융사 클락슨시큐리티스에 따르면, 글로벌 LNG운반선 신조 수요가 2029년까지 최대 126척에 달하는 데다, LNG운반선은 1척당 2억6000만 달러(약 3700억원)에 달해 단순 계산만으로도 46조원 이상의 시장이어서다.

하지만 미국이 ‘현지 건조’ 기조를 강화한 데 대해 국내 조선사의 우려가 적잖다. 국내 수주량이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고, 현지 건조에 나선다고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는 LNG 운반에 쓰이는 17만4000~18만㎥급 LNG 운반선을 건조하기에는 규모가 작아 대규모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 내 조선소가 없어 신규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새로 지어야 할 수도 있다. 모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LNG운반선은 화물창 건조를 위한 특수한 자재가 필요한데, 미국에선 공급업체가 없어 난감하다”며 “3만~4만㎥급 소형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을 시작해 미국의 규제를 맞춰나가는 방안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