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엄마가 몸을 팔고 있다”...미아리 텍사스 집창촌 여성 잠옷 입고 묵념한 사연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5. 4. 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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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미아리 텍사스(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소재)' 철거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17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천막농성 중 경찰과 대치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여성들은 수면복 차림으로 구청 앞에 눕기도 했고 시위대 30여명의 천막을 경찰이 둘러싸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 여성들이 지난 16일 서울북부지법이 첫 명도 집행을 단행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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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미아리 텍사스(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소재)’ 철거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17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천막농성 중 경찰과 대치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17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한 여성이 잠옷 차림으로 미아리 텍사스 철거에 반대하며 항의 시위를 벌아고 있다. 뉴스1
여성들은 수면복 차림으로 구청 앞에 눕기도 했고 시위대 30여명의 천막을 경찰이 둘러싸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시위대 채증을 시작하자 “불법 채증 아니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현장에 있던 한 여성은 “무슨 행위가 있었는지 밝히지도 않고 채증부터 하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철거 반대 시위에 앞서 지난해 9월 22일 이 곳에서 일했던 30대 A씨를 죽음으로 내몬 불법추심 사건의 공판이 법원에서 지난 11일 열렸다.

사망한 30대 싱글맘 A 씨와 같이 일한 B 씨는 법정 증인석에서 흐느껴 울기도 했다. 동료의 죽음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직접 증언에 나선 것이다.

A씨는 숨지기 며칠전 동료에게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고, 성 노동자로서는 집창촌이 없어지는 추세라 수입도 없어지며, 아이가 많이 아프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부모를 부양하는 한 집안에 가장으로 일했다. 수십만원을 빌렸다가 천퍼센트의 불법적인 이자를 요구한 사채 업자에게 추심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추심업자들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아이의 엄마가 몸을 팔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숨지기 전 유서에 A씨는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내 새끼, 사랑한다”고 썼다.

이들 여성들이 지난 16일 서울북부지법이 첫 명도 집행을 단행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여성들을 착취해 돈을 번 업주와 건물주들은 막대한 이주 보상금과 개발 이익을 챙기고 떠났지만, 여성들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미아리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결지를 강제 철거하는 성북구청을 향해 “우리는 살고 싶다”고 외쳤다. 이들 중에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맨발로 서서 잠옷 차림으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에 대한 묵념을 하기도 했다.

성매매 집결지는 서울 청량리와 천호동, 경기도 수원역 등에서 이미 사라지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처지다.

성매매는 여성 개인이 마음을 먹는다고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날 이들은 집결지를 강제 철거하는 성북구청을 향해 “우리는 살고 싶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케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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