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 삼수 완주"...의혹 해소가 관건
[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두 번째 제동을 걸었습니다.
승계자금 활용 의혹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화에어로는 금감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유증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고 기자. 일단 금감원 증권신고서 반려로 바뀌는 중요 사항이 뭡니까.
<기자> 당장 이번 달 중 결정할 예정이던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동사항입니다.
한화에어로 고위 관계자는 “주주배정 유증이 금감원을 통과해야 제3자 배정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자 배정 유증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3형제가 100%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한화에어로 유증에 참여하는 내용입니다. 승계자금 활용 의혹 해소의 핵심입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지분을 판 대가로 한화에어로에서 받은 돈을 다시 돌려놓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한화에어로 정정신고서가 어땠길래 반려한 건가요.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지적한 겁니까.
<기자> 정정신고서를 보면 절반 이상이 정정 내용으로 표시한 파란색 글씨입니다. 금감원도 양적으로 굉장히 많이 수정했다고 인정했는데요.
핵심은 3조6천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2조3천억 원으로 줄이고 1조3천억 원은 한화에너지 등 제3자 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증자 규모가 20% 이상 변동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다는 설명도 달아놨습니다.
또 매출과 수주 상황, 방산업계 동향, 성장 전략에 대한 설명도 추가했습니다.
금감원이 지적한 사안들은 굵직하게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한화오션 지분 매매 의사결정의 불투명성과 유상증자 자금사용 계획에서 일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요,
또 제3자 배정 유증을 추진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 부족한 점입니다.
<앵커> 이 세 가지 내용, 채워 넣을 수 있습니까? 관건이 뭔가요?
<기자> 일단 한화 측은 “금감원의 요청사항을 자세히 검토해서 성실히 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지적사항이 유증 무산까지 이를 큰 내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증권신고서를 보완해 제출 하겠다”고 설명했고요. 완주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관건은 승계 자금 의혹을 사고 있는 한화오션 지분 거래에 대한 내용입니다.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 등이 받은 1조 3천억 원을 한화에어로에 돌려놔 승계 자금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정정신고서에 여러 차례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논란의 출발점인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승계와 관련 없다는 직접적인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왜 샀는지에 대한 내용도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계약했고 목적은 시너지 제고와 책임경영 강화였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증권가 방산 담당 연구원들도 금감원의 지적대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한화 측으로부터 명확하게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앵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입니까?
<기자> 논란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한화에어로의 유증은 성공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대체의 시각입니다.
결국은 보완하고 넘어갈 만한 사항이고 금감원의 반응도 지난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사태 보단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최근 주가 상승에 힘입어 개인 주주들 분위기가 한화 편으로 많이 돌아섰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한화에어로의 이번 유증 계획을 통해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반응이 굉장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에어로는 앞서 8일 중장기 실적 가이던스까지 처음 밝혀가며 유럽 방산 블록화 등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요. 이 점이 유증 명분을 키운 겁니다.
증권사들은 ‘성장에 진심, 돌직구 의문 해소’, ‘퀀텀점프를 위한 마중물’과 같은 제목의 리포트를 내놓으며 매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보통 유증 소식은 악재로 여겨지는데 최근 주가 추이를 보면 의문점이 많이 생깁니다. 어떻게 봐야하나요?
<기자> 유증을 안하면 안하는대로 지분 희석 가능성이 없어져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고요.
유증을 하더라도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을 당길 수 있어 좋다는 게 증권가 시각입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의 자금 집행 계획을 보면 절반에 육박하는 1조7천억 원이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 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업황이 안 좋을 때보다 좋을 때 하는 게 낫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지분 희석에 대해서도 “제3자 배정 물량의 경우 시장에 나올 물량은 아니어서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조달한 자금이 앞으로 정말 사업에 쓰이는지, 승계에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