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렇게 들었다

조성진 기자 2025. 4. 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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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에 특화된, OST를 위한 맞춤형 곡
미니멀 구성으로 깊은 울림+오랜 여운 선사
보컬과 악기편성까지 따뜻하고 몽환적 분위기
‘뻔하지 않은’ 젊은 작곡진도 인상적
‘사랑은 늘 도망가’ 때완 다른 발성 접근
송폼과 가창에서 다양한 감정 서사
부드러운 헤드보이스와 믹스보이스의 조합
진성 가성 전환 테크닉, 너무도 우아하고 아름다워
선명한 발음과 달리 발성‧멜로디표현은 절제+몽환적
부진했던 OST 시장의 새 활력소로
사진=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 MV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수천 관객이 운집하는 콘서트홀에서 교향악단의 공연도 있지만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독주회도 있다. 70~80명 단원이 함께하는 교향악단은 콘서트홀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맡은 파트를 연주하지만 피아노나 바이올린 독주자는 많은 관객을 상대로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독주 리사이틀의 솔로이스트뿐 아니라 소편성 미니멀 음악가들의 공통된 바람은 ▲적을수록 많은 걸 감당해야 하고 ▲작고 여린 듯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오랜 여운을 줘야한다 는 것이다. 

임영웅이 부른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주제곡이 발매됐다.

임영웅의 보컬과 어쿠스틱기타의 아르페지오 반주, 이렇게 단순한 '미니멀' 구성으로 마치 따뜻한 봄 햇살의 좋은 느낌, 그러면서도 소편성으론 절대 쉽지 않은 풍만한 질감의 사운드를 연출한다. 1분쯤 지나 건반이 가세하고 이어 베이스 기타, 곡 후반에선 타악기까지 동원된다. 감동포인트의 맥을 어디에서 짚을지 잘 계산된 연주와 편곡방식이다. 앞에서 언급한 '적을수록~'과 '깊은 울림 오랜 여운'의 전형이다.

임영웅의 가창에선 맑은 호흡이라기보다 아주 살짝 막이 낀 듯한 호흡이 느껴지는데, 아마 이것도 몽환적인 천국의 분위기를 위한 연출이 아닌가 한다. 임영웅이 몇 년 전에 부른 '사랑은 늘 도망가'와는 전체적으로 많이 다른 발성 방식과 톤이지만 그때완 또 다른 결의 매력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빛의 굴절이 만들어내는 몽환과 환상, 우아와 따뜻한 결의 정수를 접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OST에 특화된, OST를 위한, 커스텀(맞춤형) 곡의 표본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쓴 작곡가 크레딧을 보고 너무 '뻔하지' 않은 라인업이라 또 한 번 놀랐다.

김혜자‧손석구를 비롯해 당대의 스타들이 집결한 드라마, 따라서 OST도 가장 높은 네임밸류의 작사 작곡진 포진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천국보다 아름다운' 주제곡은 이러한 통념을 깼다. 한마디로 근래 가장 돋보이는 창작활동을 하는 젊은 작곡진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러한 제작방식은, 홍대 인디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곡진이 가세한 임영웅의 첫 정규앨범 [IM HERO]에서 여실히 나타나 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주제곡은 4BOUT, Echez, Skinner Box, KIME, HWAN, 히모(HEMO), Addicted, Sine.wav 등 여러 작곡가가 협업했다.

사진=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 MV 캡처

이들 젊은 작곡가들은 태생은 인디지만 이미 데이식스‧플레이브‧케플러에서 멜론 핫100 차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오반 등 대세 아티스트를 비롯해 '운수 오진 날' 등 몇몇 드라마 OST, 인디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크레딧 맨 앞에 있는 4BOUT(조태경‧제이택)는 2019년 데뷔싱글 'Wither' 이래 지난 2월 신작 'Wilder Sadness'까지 자신의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갓세븐‧수호‧유겸‧이성수‧엘라스트 등의 곡을 썼다. Echez(이승주‧이현성)는 김다니엘, 시카, 옐로 팬츠, 4BOUT, 이성수, 사탕의 맛, 어텀, 해수, 사포910 등의 곡을 작업했고, Skinner Box1I(서예지)과 Skinner Box2(최혜선)로 구성된 Skinner Box는 플레이브‧케플러‧아스트로‧JO1‧에이머스‧김재환 등의 곡을 썼다.

또한 KIME(김혜연)은 데이식스‧김다니엘‧옐로 팬츠‧수호‧어바웃‧경제환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고, HWAN(김명환)은 4BOUT과 여러 곡 협업 및 이성수 '비탄'을 썼다. 히모(HEMO)는 오반 '노래도 부르고'와 'Flower', 그리고 알레프‧폴로‧데이식스‧루이‧어텀 작곡 및 '로맨틱팩토리' 송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Addicted(곽예찬)도 오아‧강수민‧경제환‧스웨비차일드‧이바다‧데이식스 등 여러 곡의 공동 작곡자이고, Sine.wav(안정현)는 알레프‧사이코‧4BOUT‧엘라스트‧오넷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이러한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작곡가는 서로 다채롭게 협업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여러 보컬 전문가로부터 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 평을 들어봤다.

보컬트레이너이자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김기원 교수는 임영웅의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대해 "기타의 울림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드라마틱한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후렴 시작을 1절은 가성 2절은 진성 사용으로 극명한 변화를 줬고, 브릿지에선 살짝 누르듯 록에 가까운 창법으로 진한 분위기를 잡아가다 다시 마지막 후렴 시작은 가성으로 바꾸며 다양한 감정의 서사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기원 교수는 "이러한 후렴구 표현의 다양한 변화는 단순히 훅만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곡 전체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초가량의 짧지 않은 전주, 곡의 러닝타임이 5분에 가까운 점도 곡 전체를 오롯이 맛봐야 이 노래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기원 교수는 "어쿠스틱 악기와 미디 사운드의 적절한 조화, 발라드엔 쉽게 듣기 힘든 팀파니 같은 악기 사용으로 시네마틱 분위기가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보컬트레이너 장효진은 "원래 임영웅이 가진 진성보다 부드러운 헤드보이스에 비중을 많이 두고 노래했다. 허밍식 헤드보이스의 느낌이랄까? 드라마 OST에 맞추기 위해 그러한 발성을 시도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장효진 보컬트레이너는 "'사랑은 늘 도망가'가 진성을 기반으로 소리를 조금 위로 띄운 방식의 발성이었다면,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헤드보이스와 믹스보이스 발성을 잘 쓴 소리다. 예전 이승철이 내던 느낌의 소리랄까. 이러한 소리로 디자인해가는 모습이 이 곡을 들으며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평했다.

사진=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 MV 캡처

'사운드 비저블' 윤혜린 대표 뮤직디렉터는 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대해 "섬세한 반가성으로 1절을 마무리하고, 2절 벌스와 코러스에선 좀 더 진성을 단계별로 쓰고 있다"고 했다. 윤혜린 디렉터는 "살짝 아쉬운 점은 보컬톤이 조금 드라이하지 않았나 싶지만 이 한곡에 드라마를 담기 위해 톤의 다이나믹은 물론 감정을 디테알하게 디자인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방송예대 실용음악과 오한승 보컬주임교수는 "어떤 가수의 정체성과 어떤 영화 또는 드라마의 정체성이 만나 반반씩 섞이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OST의 장점"이라며 "tvN '도깨비' OST에서 크러쉬가 'Beautiful'을 불렀을 때가 이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오한승 교수는 "임영웅이 부른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도 그런 시너지 효과가 잘 드러나 있다. 임영웅만의 탁월한 가사 전달 방식을 이 곡에서 접할 수 있다. 발음은 더 선명하게 전달하지만, 발성과 멜로디의 표현은 절제되고 몽환적으로 표현해 그만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오한승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1절과 2절까진 소리를 앞에 붙여서 최대한 말하는 듯 그리고 꿈결 같은 느낌으로 불렀다면, 브릿지부터 마지막 후렴부로 넘어가면서 두성과 벨팅을 증폭시켜 드라마틱을 추가했지만 최대한 절제돼 있다. 특히 후렴부가 끝나는 부분('lost and found~~')에서 진성에서 가성으로 매끄럽게 전환하는 테크닉은 너무나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긴 벤딩이 몽환적이고 꿈결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데도 매우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것도 이 곡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그룹 '플라워' 리더이자 작곡가 고성진 음악감독은 "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드라마인 만큼 그러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음악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악기 구성까지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고성진 감독은 "기타를 아르페지오로 포근하게 연주하는 것, 그리고 따뜻하고 퍼지는 느낌을 위해 콘트라베이스를 사용한 게 좋은 예"라며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초반엔 거의 리듬이 들어가지 않다가 이후 브릿지 부분에서 들어가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 모든 건 임영웅 노래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이러한 진행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그만큼 (임영웅이란) 보컬에 최대 비중을 뒀다는 예다. 곡 중간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잠깐 소리가 들어가는 부분, 즉 리듬이 잠깐 들어갔다 빠지는 식의 진행도 주목할만하다. 임영웅의 노래야 뭐 전체적으로 얘기할 게 없을 만큼 너무 잘했다. 편곡도 잘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성진 감독은 "근래 OST는 차트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이 죽어 있었는데, 이 곡이 차트 1위를 하며 OST에 활력을 준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임영웅에 이어 다음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근래 가장 핫한 버추얼 아이돌밴드 '플레이브'를 다룰 예정이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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