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천경자 딸 "'미인도 위작' 수사 불법" 2심도 패소…"상고할 것"(종합)
검찰 "진품 맞다" 관계자들 무혐의
법원, 국가배상 1심 원고 패소 판결
유족 측 "진실 밝혀질 것…상고 예정"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한 검찰이 해당 작품이 위작인데도 진품이라고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유족이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판사 최성수·임은하·김용두)는 18일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감정인에게 발언한 점은 인정되지만 수사기관이 회유하려고 했다거나 감정인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허위 사실을 공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개입해 회유했다거나 유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교수 측 법률대리인은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 검찰의 수사가 경험칙·논리칙에 위반되는지 아닌지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유족과 상의해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미인도는 거의 100% 위작이라고 판명한 세계적 권위의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팀의 과학적 검증 결과도 검찰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석하고 참담한 심경이다. 진실이 늘 승리하지는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아직도 억울한 심정을 안고 계실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리라는 희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에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 중인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미술관은 진품이라는 결론을 굽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계속됐다.
김 교수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작품 감정을 의뢰해 2015년 12월 진품일 확률이 '0.00002%'라는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진품이 아니라는 작가 의견을 무시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천 화백 명예를 훼손하고, 국회 등에 관련 문건을 허위로 작성·제출했다는 취지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위작인 미인도를 진품으로 주장하면서 전시하는 등 공표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 등을 통한 검증과 전문가 감정을 거쳐 같은 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감정위원들은 '석채' 사용,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해 나간 흔적 등에서 미인도와 진품 사이에 동일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봤다.
또 소장 이력을 추적한 결과 미인도는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판매했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1980년 정부에 기부채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교수 측은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김 교수는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9년 이번 소송을 냈다.
구체적으로는 위작 의견을 낸 감정위원에 대한 회유 시도가 있었고,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감정위원에게 알려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1심은 김 교수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유 정황이 있었다는 취지의 감정위원 진술이 있었으나 정확한 상황·표현 등이 특정되지 않았고, 검찰의 결론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김 교수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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