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탑, 공장 이전에 이례적 특혜 요구…市는 난색
이전 예정부지는 자연녹지…공장설립 허가도 특혜 필요
부산의 향토 제분업체 ㈜한탑(옛 영남제분)이 주변 주거지의 분진·소음 민원 빈발을 이유로 업체 이전을 계획, 그 비용을 공장 부지 용도지역 변경(종 상향)으로 마련하게 해달라며 부산시에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민원보다는 업체의 필요에 따라 공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례적인 특혜를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탑은 부산시에 넘겨진 땅이 많아 쪼그라든 공장 규모의 확장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최소 두 차례에 걸친 ‘이례적 행정’이 뒤따라야 해 시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탑은 16일 남구 대연동 공장(7334㎡)의 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시는 2030년도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열람공고에 한탑 부지 종 상향 안을 담았다. 2종 일반주거지역인 이곳을 준주거지역으로 두 단계 높이는 게 골자다. 이 경우 최대 용적률이 200%에서 400%로 뛰어, 업체는 높아진 땅값으로 이전비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애초 한탑 측은 세 단계 높여 상업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절충됐다.
시는 애초 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지난 1월 재공고를 통해 계획을 철회했다. 종 상향으로 이전 비용을 지원한다는 접근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견해가 제기된 영향이다. 또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바뀌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 ‘또 아파트냐’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 한탑은 종 상향이 이뤄지면 관계 시행사를 통해 공장 땅을 재개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다.
한탑은 이전이 필요한 이유로 주변 아파트 단지의 민원을 들었다. 공장 주변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이 먼지와 소음 피해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또 공장 내 저장탑이 안전진단에서 위험구조물등급 D등급을 받는 등 위험한 상태란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내심은 공장의 확장 이전에 목표를 둔다는 견해도 있다. 한탑은 20년 전인 2005년 이미 남구 용당동 자연녹지 약 2만5000평을 이전 부지로 사들였다. 이 중 5000평가량을 공장용 부지로 쓰고, 공장 규모(현재 저장탑 8기·4400t)를 확대하려 한다. 민원에 못 이겨 부산 바깥으로 공장을 옮긴 YK스틸이나 공공기여협상을 진행 중인 한일시멘트와는 출발선상이 달랐던 셈이다.
실제 한탑은 오래 전부터 공장 이전을 희망해왔다. 2025년도 재정비 용역이 추진된 2019년 8월엔 부산 남구를 통해 용도지역 변경 관련 진정을 넣었다. 이번 재정비 용역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5, 6월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다.
한탑은 지금껏 시에 협조하느라 공장 운영의 파행이 컸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용소로 ▷부산항 3단계 배후도로 ▷광안대로 ▷APEC 준비도로 등 시의 도로 개설 계획에 공장 부지 절반 가까이를 팔았다. 땅이 좁아지면서 기존 지대공장, 수리공작창, 정미소 등을 처분해 현재는 제분공장만 남았다.
종 상향의 대가로 한탑은 공공기여협상 때 통상 기업체가 내놓은 수준 이상의 기부채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5월 시에 약 500평을 기부채납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한탑 관계자는 “제분공장 특성상 공장을 이전하려면 설비를 새로 지어야 하는데, 1t당 2억7000만~3억 원으로 총 1300억 원이 넘게 필요하다. 시간도 최소 2년이 걸린다”며 “기업 생존이 달린 문제다. 2030 재정비 계획에 재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한탑의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먼저, 기업의 필요로 공장을 옮기는 것인데도 민원을 앞세워 종 상향과 같은 이례적 지원 방식을 요구한다면 종래와 같은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전지로 낙점된 용당동 부지는 자연녹지로, 공장을 세우려면 재차 시에 용도지역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시도 당장은 한탑 측 계획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오는 7월 전후로 2030 재정비 계획 결정 고시를 낼 계획으로, 현재로서는 한탑 측 요청을 배제하고 추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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