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일주일 전' 청춘물과 판타지의 알싸한 조합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살아있는 생물, 그 안의 사람에게는 누구나 죽음이 다가온다. 언젠가 태어나 또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알고 살아가지만,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아는 일은 공포감을 유발한다. 그래서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는 이렇게 정해진 기한을 긴장의 수단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은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누군가에게 언제 죽는다고 '고지'를 시작하면서다.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이러한 설정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져 절멸의 위기가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다룬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등의 작품에서는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할 때까지의 시간이 초읽기 형태로 나타나면서 긴장감을 유발한다. 멀리서 볼 것도 없다. 우리가 시험을 볼 때 초시계가 시작하는 순간, 모든 근육은 경직되고 혈관은 빠르게 돌아간다.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이렇게 죽을 날짜를 일주일 전 고지받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또 그렇게 공포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그 고지를 해주는 사람은 주인공의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훈훈하지도 않다. 그 시기가 딱 일주일 전인 데다, 첫사랑은 '저승사자'다.
이 작품은 서은채 작가의 소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원작이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과 '극한직업'에서 조감독을 맡았으며, 올 초 개봉한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연출한 김혜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리고 영화 '연애의 온도' '특종:량첸살인기'의 각본과 감독을 하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 '히든페이스'의 각본,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를 연출한 노덕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주인공인 정희완(김민하)과 김람우(공명)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4월 1일 만우절에 선생님을 속이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장난을 쳤다가, 정말로 희완의 하루가 운이 좋아지자, 희완은 람우에게 당분간 이름을 바꾸자는 '발칙한' 제안을 한다. 공교롭게 이름을 바꾼 이후 되는 일이 없던 람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완의 바람을 들어주고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 좋아하게 된다.
이렇게 학원 로맨스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던 작품은 이미 첫 회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람우의 죽음에 대한 서사로 이어간다. 결국 밝고 맑은 청춘의 로맨스는 람우의 죽음으로 비극이 된다. 람우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희완은 이후부터 정신을 놓고 청춘을 흘려버리고, 람우의 죽음 이후 4년이 지나 '히키코모리'로 삶을 이어간다.
그 순간 첫사랑이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저승사자가 된 람우는 자신이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하자고 나서고, 그늘에 숨어있던 희완의 청춘도 조금씩 빛나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초읽기가 시작된 희완의 죽음과 그 죽음을 왜 람우가 알리러 왔는지 의문을 남기고 전개를 이어간다.
'극한직업'으로 김혜영 감독과 호흡을 맞춘 공명은 전역 후 첫 작품으로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골라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공명은 순수한 청춘의 모습과 함께 저승사자가 된 모습에서는 다소 시크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풍기기도 한다. 애플TV+의 '빠친코' 시리즈로 인상을 남긴 김민하는 지난 연말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에서 역경을 딛고 사랑을 이어가는 인물을 연기해 이채로움을 안겼다. 이번 작품에서도 고교 시절 개구지고 밝은 희완부터, 현재 상처받고 슬픔에 빠진 희완의 두 모습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여기에 올 초 채널A '체크인 한양'에서 천준화 역으로 넉살 좋은 유생의 흑화를 표현한 정건주가 람우의 친구 홍석 역으로, 유플러스TV '선의의 경쟁'에서 최경 역으로 인상을 남긴 오우리가 희완의 친구 윤태경 역을 연기했다. 여기에 람우의 엄마 역 김정숙 역 서영희, 희완의 아버지 정일범 역에 고창석 등이 함께해 호흡을 맞췄다.
어찌 보면 '내가 죽기 일주일 전'에서의 저승사자 고지는 공포를 자아내기보다는 두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슬픈 결말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저승사자 등 사후세계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죽음 너머의 어디에 무언가 우리가 알지 못하고 놓치는 가치가 있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만약 일주일, 자신에게 일주일이 남아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냥 정신을 놓아버릴까. 아니면 가치 있는 것들을 하며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할까.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싱그러운 청춘물의 외피에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죽음의 존재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 가치에 대해 조용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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