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하는 車공장 ‘소음도 냄새도 없다’[Global Economy]
거대한 로봇팔이 패널 생산
수십대 카메라로 크랙 점검
공정간 물류 이동도 자동화
근로자 화학성분 노출 줄여
인간친화적 작업 환경 조성
엘라벨(조지아주)=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6일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HMGMA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랜 자동차 생산 노하우와 철학을 바탕으로 자동화·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최첨단 제조 혁신의 집약체였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기술도 도입, 효율적인 생산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인간친화적인 제조 현장을 구현해냈다.
26일 준공식에 앞서 이날 오전 둘러본 공장의 모습은 그간 자동차 공장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깼다. 옆 사람과 대화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소음을 줄였고, 특유의 냄새도, 뿌연 공기도 없었다. 특히 자동차 생산 공정 중 소음이 가장 심한 프레스 공장에서도 강판을 차체의 몸이 될 패널로 바꾸는 작업의 90% 이상 자동화를 이뤄낸 탓에 고요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프레스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된 패널 홀·크랙 감지 시스템은 수십 대의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 패널의 결함을 감지하는 구조다. 로봇이 만들어진 패널을 올려놓자 수십 대의 카메라가 패널의 결함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또 학습했다.
HMGMA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공정 간 물류가 전부 자동화됐다는 점이다. 크게 프레스 공장-차체 공장-도장 공장-의장 공장으로 이어지는 물류는 자동적재 시스템과 SLAM(동시 위치 측정 및 지도 작성) 기술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에 의해 이뤄진다. 프레스 공장에 이어 찾은 차체 공장에서도 세계 최초 기술을 찾아볼 수 있었다. 도어 간격·단차 자율 보정 장착 시스템으로, 로봇과 비전 AI 기술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단차(차이)를 보정하는 기술이다. 거대한 인간의 팔 같은 로봇들이 동시에 네 곳의 도어 간격을 확인해 장착까지 해냈다. 차체 공장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폿’을 볼 수 있었다. 스폿은 AGV를 통해 이동 중인 차체에 접근해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까지 검사하고 살펴보고 있었다. 스폿은 이렇게 측정한 품질 정보를 조립 로봇으로 실시간 피드백을 보내게 된다. 도장 공장 역시 로봇형 검사 비전 시스템이 적용돼 차체 1대당 5만 장의 이미지를 확보, 도장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도장 공정까지 마친 차체에 2만∼3만 가지에 달하는 각종 부품을 조립해 완벽한 차량의 형태를 만드는 마무리 생산 단계가 바로 의장 공정이다. 의장 공정은 주로 컨베이어벨트 위로 차체가 이동하며 작업자들이 각 위치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이뤄지는데 HMGMA는 이를 상당 부분 AGV와 마찰식 플랫폼 대차로 대체했다. 자연스레 특유의 소음도 사라졌다. 의장 공장에서 HMGMA가 자랑하는 세계 최초 시스템은 도어 자동 탈거 및 장착 시스템이다. 도장 공장에서 넘어온 차체의 도어를 열고 고정 벨트를 풀어 차량에서 떼어내는 과정 모두를 비전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로봇이 수행한다. 도어를 다시 붙이는 작업은 14대의 로봇이 협동 제어를 통해 오차 없이 마무리한다.
권오충 HMGMA 법인장은 “도어 조립 작업 등은 단차(차이)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로봇은 바로 보정이 가능하다”며 “결국 자동화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거나 기피하는 작업, 품질이 잘 안 나오는 작업 위주로 가능해 작업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어 탈부착 과정을 전면 자동화한 것은 이처럼 작업자들에게 맡겼을 때만 생길 수밖에 없는 단차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도어 장착 과정에서 들어가는 화학적 성분으로부터 작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함께 공장을 둘러본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차체와 결합될 각종 부품 이송은 200여 대의 자율이동로봇(AMR)이 수행하고 있었다. 혹 흐름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AMR을 의식해 피해 가려 했지만 오히려 AMR이 지나가는 작업자를 만나면 이를 피해 다른 경로를 찾아 이동했다. 그러다 보니 공장 내 작업자들은 AMR을 의식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완성된 차량의 이동도 색달랐다. 보통은 작업자가 직접 운전해 차량을 이동하지만 HMGMA에서는 이를 주차 로봇(Parking Robot)이 대신했다. 얇고 넓은 형태의 로봇 한 쌍이 차량의 바퀴를 들어 올려 이동하는 식이다.
HMGMA 공장이 준공된 날은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날이었다. 계속되는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 속에 HMGMA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동차 시장 공략의 최선봉이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말처럼 “뿌리를 내리기 위한” 기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해 효율적인 생산을 이루면서 동시에 인간친화·지역친화적인 공장을 구축했다. 직접 찾은 공장 내부는 아치형 유리창이 햇살을 그대로 비춰 밝았다. 이는 기존 자동차공장이 공장 상부의 운반 구조물에 실려 차체가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달리 HMGMA가 AGV를 통한 차체 운반으로 상부 구조물을 최소화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냄새도 소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패널 홀·크랙 감지 시스템, 도어 간격·단차 자동 보정 장착 시스템, 도어 자동 탈·장착 시스템 등 세계 최초로 도입된 기술은 HMGMA를 최첨단 시스템과 인간친화적인 작업 환경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고 공장을 함께 둘러본 현대차 관계자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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