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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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말은 '촨젠궈(川建國)'다.
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어 표기인 '촨푸(川普)'의 앞글자로, 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트럼프가 만들어준 용(龍)들이 하늘을 펄펄 날고 있다.
네이처에 논문을 많이 제출한 세계 10대 대학에 중국 대학은 2016년 1개만 들어갔지만, 2024년에는 8개가 되며 미국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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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국 똘똘 뭉치게 해
화웨이·BYD '용' 만들고
美 CEO들의 방중 이끌어
韓, 2개의 대국 직시해야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말은 '촨젠궈(川建國)'다. 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어 표기인 '촨푸(川普)'의 앞글자로, 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부터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했지만, 중국인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어 국가 경제 건설이 더 빨라졌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트럼프가 만들어준 용(龍)들이 하늘을 펄펄 날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화웨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화웨이 통신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이용되고 미국 기술을 탈취한다며 장비 구입 및 기술 이전 등에 대해 화웨이에 광범위한 제재를 단행했다.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를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하고 2년간 가택연금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이전 제재는 다른 기업들로 확대됐고 품목도 대폭 늘었다.
화웨이는 처음엔 타격을 입었지만 곧 전열을 정비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 정부도 그동안 세계 분업 구조의 계단을 빠르게 밟아 성장해 왔던 전략을 수정해 첨단기술에 초점을 두고 계단을 건너뛰는 '기술 돌파'에 전략의 방점을 찍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일심동체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독자 운영체제(OS)를 만들어 스마트폰 분야에서 부활했을 뿐만 아니라 최첨단 반도체도 스스로 설계했다.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어센드910C 양산에도 들어갔다. 최첨단 반도체 장비까지 만든다. 전자에서 쌓은 역량을 기반으로 스마트 자동차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자율주행 능력이 테슬라에 버금간다.
BYD의 약진도 화웨이 못지않다. BYD는 이미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회사로 올라섰다. 다른 나라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많이 높지만, BYD는 전기차를 동급 내연차 가격과 똑같이 내놓는다. 한국은 아직 실험 단계인 자율주행을 저가 차량까지 디폴트(default)로 적용한다. 지난달에는 5분이면 충전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내놓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제 BYD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기차 업체가 됐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전문가가 없다.
이러한 중국의 기술 돌파는 인해전술처럼 공급되는 양질의 연구인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화웨이, BYD는 각각 11만명가량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그룹의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네이처에 논문을 많이 제출한 세계 10대 대학에 중국 대학은 2016년 1개만 들어갔지만, 2024년에는 8개가 되며 미국을 압도했다. 이런 인력이 '996', 즉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6일간 치열하게 일한다. 딥시크 같은 세계적 혁신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샤오미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고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됐지만 미·중 분쟁에서 누가 이길지를 논하는 것은 한가하고 철 지난 논쟁과 같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제재를 뚫고 우뚝 서 있다. 중국은 약진을 계속하고 오히려 미국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의 대기업 리더들이 중국을 방문해 이를 치켜세우고 있다. 미·중 분쟁 속에서도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첨단기술 발전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다.
정부와 기업은 전략을 세울 때 두 개의 대국(大國)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두 대국은 계속 길항(拮抗)하며 크고 작은 소음을 만들 것이다. 두 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과제는 선택이 아니다. 두 대국으로부터 종종 상충되는 요구를 받는 와중에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어떻게 이뤄낼지를 유연하고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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