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치킨에 '꽃'이 피려면…최소 50마리는 튀겨봐야 했다 [New & Good]
쉬운 듯 어려운 황금올리브치킨
염지∙반죽 등 레시피 표준화
'튀알못' 기자도 15분 만에 완성
노하우 없으면 바삭함 안 살아
예비 점주는 '2주 합숙' 맹연습
입소문 타고 치킨 체험 명소로
황금올리브치킨(황올)은 정말 조리가 쉽습니다.
전영수 BBQ 경영개발원 강사
3월 27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BBQ 치킨대학' 교육 주방. 전영수 BBQ 경영개발원 강사가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조리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원재료 상태부터 반죽 농도, 기름 온도, 조리 시간 등 갖가지 변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튀김 요리다. 튀김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닭 튀김 중 국내 최고봉으로 꼽히는 황올이 쉽다니. 이날 '일일' 가맹점주 체험에 나선 기자는 선뜻 믿기지 않았다. 생애 첫 튀김에 도전하는 수강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레토릭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스승(?)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루 전 비법 가루로 염지한 생닭(10호 닭·951~1,050g)에 반죽 옷을 입히고 향신료가 더해진 치킨 파우더를 얇게 코팅해준 뒤 기름 온도가 165도로 세팅된 튀김기에 넣고 10분 타이머를 누르면 끝이었다. 조리 전(全) 과정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표준화돼 있었다. 어떻게 튀겨도 그럴 듯한 치킨이 나왔다. 전 강사는 "프랜차이즈는 요리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기 쉬워야 한다"며 "초등학생도 따라 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다만 바삭한 식감, 풍부한 육즙 등 '진짜' 황올을 내놓으려면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했다. 파우더가 너무 두껍게 코팅되면 특유의 물결무늬 튀김옷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튀김기 앞에서 양손에 닭 한 조각씩 들고 손등끼리 부딪쳐 뭉친 파우더를 털어내는데 말 그대로 감의 영역이었다. BBQ 관계자는 "잘 튀겨지면 겉면에 바삭한 식감을 선사하는 컬(Curl)이 꽃처럼 피어나는데 직원 사이에도 실력 차가 있다"고 했다. 닭 손질도 만만치 않았다. 8조각(다리·날개·가슴·엉덩이 두 조각씩)을 튀기는 황올과 달리 양념 치킨은 16조각이다.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기본 조각 8개를 점주가 토막 내야 한다는 의미다. 뼈를 피해 가위로 닭을 조각 내는 작업도 상당한 경험이 필요해 보였다.
가맹점주는 2주간 '스파르타' 교육
이 때문에 예비 가맹점주들은 8박 10일(주말 제외)간 이곳에서 합숙하며 50마리가 넘는 생닭을 손질하고 치킨을 튀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고객 응대부터 POS(판매관리시스템) 운영, 인력·재무 관리, 마케팅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배운다. 홍기풍 경영개발원장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 길게는 45일 뒤에 정산되는 앱도 있는데 이런 내용을 모르고 초기 운영비도 없이 뛰어드는 분도 있다"며 "점포 경영도 미리 배워야 한다"고 했다. 매장별로 두 명이 매일 오전 9시 30분~오후 7시까지 이어지는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 점포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치킨계 사관학교라 불리는 이유다.
이른바 '치대'를 졸업한 전국 2,300여 개 점주들도 수시로 이곳을 찾아온다. BBQ가 새 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교육을 수료하지 않은 점포엔 본사가 신메뉴 판매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지 않는다. 또 점포를 관리하는 BBQ 본사 직원들이 매기는 품질·서비스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점주들도 교육 대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했다. BBQ가 2000년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을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 전문 교육시설인 치킨대학을 세운 배경이다.
누구나 황올을 튀겨볼 수 있다
치대는 점주 교육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과 소비자 체험까지 아우르는 공간이다. 이날 홍 원장은 대학 내 기업부설연구소를 가리키며 "통제 구역이라 저도 못 들어간다"고 했다. 석박사급 직원 30여 명이 치킨을 연구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BBQ 메뉴 1,000여 개가 탄생했다. 이런 '기밀' 공간을 빼면 치대는 일반인에게도 열려 있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예비 취업자, 장애인까지 1분기(1~3월)에만 600여 명이 이곳을 방문해 자신이 직접 조리한 치킨을 맛보는 경험을 누렸다. 홍 원장은 "BBQ 치킨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브랜드 선호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체험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천=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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