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부메랑 되나…美경제에도 가격인상 등 부정적 효과 우려

이지헌 2025. 3. 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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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차량 판매가 수백만~수천만 인상 등 소비자 부담 우려 지적
美브랜드 모델도 멕·캐나다·한국서 생산…'빅3' 주가 시간외 급락
상대국 맞불관세, 심리악화 등 악순환 가능성도
GM 픽업트럭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자동차 분야 관세를 발표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을 수백만∼수천만원 올려 미국 소비자들에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세수를 연간 1천억 달러(약 147조원) 늘리고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세 충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 상무부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외국산 승용차 및 경량트럭은 전체 차량 판매량의 절반가량인 약 800만대로, 액수로는 2천435억 달러(약 358조원)에 달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자동차 및 소형 트럭 수입 규모는 2천440억 달러(약 359조원)에 달한다. 대표적 대미 수출 국가는 멕시코, 일본, 한국 등의 순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 생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수입 자동차 가격은 물론 미국 브랜드 차량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자동차전문 사이트 카스닷컴은 올해 2월 기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조립해 수입된 차량의 51%가 미국 브랜드였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픽업트럭인 쉐보레의 '실버라도' 모델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에서 조립된다고 전했다.

포드의 SUV 에지는 캐나다 공장에서 조립되며,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는 한국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입된 경우다.

자동차 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가격 인상 효과 외에도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수입산 경쟁차량의 가격 인상과 부품 비용 상승을 고려해 미국 생산 차량의 가격을 함께 인상할 유인도 크다.

경제분석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예고했던 25% 관세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를 가정, 3열 풀사이즈 SUV 가격이 9천 달러(약 1천300만원) 오르고, 크로스오버 전기차의 경우 최대 1만2천200달러(약 1천800만원)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투자 정보업체 울프리서치는 캐나다·멕시코 대상 25% 관세 시행을 가정했을 때 미국 내 차량 가격을 평균 3천 달러(약 445만원) 올리고, 관세 대상국인 캐나다·멕시코산 모델 가격은 평균 7천 달러(약 1천만원) 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의 자동차 업계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고율 관세 부과가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캐나다에 전면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다음 달 2일로 시행을 한 달간 유예한 것도 갑작스러운 고율 관세를 미국 자동차 업계도 감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로 해석됐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자동차 업계 행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 자동차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부과는 캐나다·멕시코 대상 관세 부과보다 대상국이 훨씬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차량 가격 인상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멕시코 코아우일라주의 스텔란티스 공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동차 관세만의 파급효과를 별도로 분석한 연구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전후방 연계 효과가 큰 만큼 관세 부과가 미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미국의 성장률을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가량 낮추고, 2025년 인플레이션을 0.43%포인트 높이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면서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연간 1천억 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근거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외국산 차량 수입액수가 2천400만달러대였고, 관세 부과 후 수입량 감소 효과를 고려하면 관세 수입이 1천억 달러에 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관세 부과 상대국의 보복 조치 예고는 이 같은 '부메랑 효과'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 후 즉각 유감을 표명했고, 캐나다는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대응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관세 대응 기자회견 하는 카니 캐나다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가운데 최근 경제지표에선 미국의 성장세가 이미 둔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는 3월 들어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이키 등 소비재나 델타항공 등 항공사의 경영진도 최근 실적발표에서 소비심리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한 상태다.

금융시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초래할 가능성에 우려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상승(채권금리 하락)하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자동차 관세 발표 예고에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2% 낙폭을 보였다.

자동차 관세에 대한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로 인해 무역전쟁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자동차 제조사 주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는 분위기다.

GM은 이날 자동차 관세 발표가 예고되면서 장중 3.1% 하락한 데 이어 관세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오후 7시 기준 7% 추가 급락했다.

크라이슬러의 모회사 스텔란티스와 포드도 비슷한 시각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4%대 낙폭을 보였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조너선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날 관세 발표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면 관세는 차량 생산 감소와 빡빡한 차량 공급, 그리고 가격 상승으로 곧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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