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꿩 때문에 산불, 그래도 실화자 처벌…경북 산불 용의자는
26명의 사망자를 발생한 경북 산불의 최초 실화 피의자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A씨(56)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30일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24분쯤 의성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다 나무에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가족은 119에 신고한 뒤 출동한 안평파출소 경찰관에게 “(봉분에 있는) 나무가 안 꺾여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불씨가 나서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에 앞서 의성군 특별사법경찰이 A씨를 31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부주의에 의한 실수로 산불을 냈더라도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산림보호법상 실화(53조5항)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법정형이다. 형법 170조의 단순 실화(1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산림청 ‘2024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원인 별 산불 발생 현황은 최근 10년(2015~2024)간 총 546건 중 입산자 실화 31%(171건), 담뱃불 실화 7%(35건), 성묘객 실화 3%(17건)으로 실화가 41%(223건)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쓰레기소각 68건(13%), 논·밭두렁 소각 11%(60건), 건축물 화재 6%(34건), 어린이 불장난 2건, 기타 29%(159건) 비율이었다.
산림 실화가 실형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4월 3일 오후 2시15분쯤 경북 영주의 한 양봉장 주인 B씨가 훈연기에 쑥과 건초를 넣고 가스 토치로 불을 붙여 사용한 뒤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았다가 인근 122필지 244만5000㎡에 산불이 번지는 일이 있었다. 산림 입목 피해액은 9억800여만원에 달했으나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해 1월 10일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야생동물에 의해 불이 번졌더라도 최초 실화자가 처벌받은 경우도 있다. C씨는 2023년 4월 2일 오전 11시40분 우편물을 태우려고 미리 설치한 드럼통에 불을 피웠다가 불 붙은 꿩이 4차선 도로를 넘어 644m를 날아가 산불을 일으켜 10만4559㎡를 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C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C씨 판결문에 “야생동물 등에 의해 불이 번지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적시했다.
의도적인 방화인 경우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 더러 있다. 2022년 3월 5일 강릉 옥계면에서 토치 등으로 자택, 빈집, 창고에 불을 낸 데 이어 산림에도 불을 질러 4190만㎡을 태우고, 283억원 피해액을 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D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2023년 3월 11일 오후 11시쯤 “몸에 들어온 여호와 등을 떼어내려고 불을 피웠다”며 방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E씨도 서울북부지법 1심에서 징역 3년,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배상 책임도 따른다. 2015년 52ha 산림이 불탄 강원도 삼척 산불의 원인은 주택 나무보일러에서 날아든 작은 불씨였다. 집주인은 형사처분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산림청이 “불을 끈 비용을 지불하라”며 낸 민사소송 2심에서 국가에 약 1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9년 12월 25일 전남 화순군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인근 임야 2464㎡를 태운 F씨는 원고에게 67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유림의 경우 불을 낸 산불 가해자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며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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