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비축유, 미국산 늘린다…알래스카 사업은 ‘심사숙고’

배문숙 2025. 3. 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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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원유 비축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키로 했다. 반면 64조원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현재 사업성과 경제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안덕근 장관이 21~22일 미국 방문 때 미측에 에너지 수입 확대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특히 가스에서 미국 수입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 비축유도 지금 중동산 비중이 높은데 현실에 맞게 우리 정유사들이 미국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 비축유는 제품 1200만배럴과 원유 8500만배럴로 총 9700만배럴(지난해 7월기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중동산 중질유 600만배럴을 미국산 경질유로 대체한다.

정부는 2021년부터 중동산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 등으로 교체해왔다. 그동안 연간 대체 물량은 200만배럴 정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그 규모를 3배가량 늘렸다. 올해 정부가 목표하는 600만배럴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대미 무역흑자를 4억3140만달러(약 6258억원) 축소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한국의 수입 원유 중 미국산 비중은 15% 수준인데 20~30%까지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로 추산된다.

정부 비축유의 미국산 원유 확대에 이어 민간업계의 비축유도 미국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비축유는 제품 6300만배럴과 원유 2700만배럴 등으로 총 9000만배럴에 이른다. 대미 무역흑자폭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업계가 나서줘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정유 4사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릴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산업부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에 국가별 원유 도입 현황과 수입처 다변화 가능성에 대한 현황 파악을 진행했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로 미국산 원유 수입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운송비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석유수입부과금에 부과되는 리터당 16원안에서 환급을 해주는 방법으로 운송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연간 2000억원에 이른다.

또 미국산 LNG 수입관련해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미국산 LNG 도입을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올해 898만톤 규모의 카타르·오만산 LNG 장기 도입 계약이 만료되는데 이를 미국산 LNG 공급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산 LNG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로 도입하고 있는 중동산 대비 20%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LNG 발전사업 확장과 함께 수입량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업인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를 끈길기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으로 조만간 확답을 줘야하는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5일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만나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공유한다. 던리비 주지사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할 경우, 관련 철강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 또는 사업에 참여국의 철강을 투입한다는 당근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달 12일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인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가 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국내 철강·조선·건설 기업들이 LNG 플랜트 건설과 관련 기자재 공급에 참여할 경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이 사업은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총투자비가 한국 연간 예산의 10%에 육박할 만큼 투자 부담이 상당한 데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건설·운영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알래스카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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