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인종주의 살해다

미니 2025. 3. 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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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역사의 맥락으로 보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미니 기자]

 24일 마니 아부 아케르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두 살 난 조카 살마의 시신을 안고 울고 있다.
ⓒ AP=연합뉴스
AP에 따르면 2023년 10월 14일 미국 시카고 인근 한 마을에서 조셉 추바(71세)라는 남성이 와디 알파유미(6세)라는 팔레스타인계 소년을 26차례 칼로 찔러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와디와 함께 있던 엄마 하난 샤힌도 크게 부상을 입었습니다. 샤힌의 증언에 따르면 추바는 "무슬림인 너는 죽어야 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이들을 공격했습니다. 사건 당시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학살을 시작한 직후였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을 재개한 2025년 3월 18일 하루 동안 최소 436명이 살해되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어린이와 청소년 183명, 여성 94명, 노인 34명, 남성 125명이 포함됩니다. 3월 23일 일요일에도 최소 5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3월 18일부터 3월 23일까지 채 일주일이 안 되는 기간에 적어도 673명의 가자 주민을 살해했습니다.

이로써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가자 주민은 5만 명을 넘고 있고,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리는 등 1만 4천 명 이상이 실종 상태입니다.

먼저, 18일 재개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정치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부패와 가자 문제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물론 연립정권 자체가 흔들리자,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권력 강화를 위해 전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24일(현지 시각) 반정부 시위대가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총리 관저 밖에서 시위를 벌이며 가자 지구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18일 공격 재개에 맞춰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다시 정권에 복귀했습니다. 터키 언론 TRT는 지난 1월 하마스와의 휴전에 반대해 장관직에서 사임했던 그의 복귀가 네타냐후와 연립정권에 '생명줄'이 된다고 했습니다. 벤그비르는 전쟁을 계속할 것과 가자 주민 추방 등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입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이번 공격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시오니즘이라는 인종주의적 정치 운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오니스트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부터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땅에서 팔레스타인인(아랍인)을 제거하거나 억압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국가에서 '유대인'이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여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이라는 건 무엇보다도 유대인이 아닌, 특히 아랍인인 사람들에게는 거부된 특권을 누리는 혜택받은 시민들이라는 뜻이다…당신이 유대인이라면, 도로 검문에서 걸리지 않을 것이고, 고문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며, 한밤중에 집안을 수색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목표물이 되거나 실수로 집이 파괴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슐로모 산드, <유대인, 불쾌한 진실>

2023년 현재 이스라엘 시민권자는 약 973만 명입니다. 이 가운데 73.5%인 710만 명가량이 유대인이고, 21%인 200만 명가량이 팔레스타인인(아랍인)입니다. 1967년 점령지인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에도 540만 명가량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습니다. 전체 팔레스타인 땅 위에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이 거의 비슷한 인구 비율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하나의 국가를 세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오니스트는 이런 생각을 거부한 채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지배 민족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시오니스트 세력이 팔레스타인인의 수를 줄이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 할수록, 이스라엘 정부는 더욱 폭력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24일 가자 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기자 후삼 샤바트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날 후삼 샤바트 기자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 AFP=연합뉴스
3월 20일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근거해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며 오직 "테러 단체만을 겨냥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 증언, 언론 보도, 국제기구 보고서 등을 볼 때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하르파즈 대사의 주장은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가자 주민이 밀집되어 있던 아파트, 병원, 학교 등에 대한 폭격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민간인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자료를 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전쟁으로 사망한 가자 주민 가운데 29.3%가량이 어린이와 청소년입니다. 이들 희생자 가운데는 1살이 채 되지 않은 영아도 수백 명 포함되어 있어, 이스라엘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자 주민 전체를 공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들이 단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에서 유대인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사라져가는 작은 별들

가치 있는 희생자와 무가치한 희생자를 보도하는 기사의 성격 또한 극도로 달랐다. 가치 있는 희생자를 보도할 때에는 불쾌한 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정의 실현을 부르짖지만, 무가치한 희생자들을 보도할 때에는 되도록이면 감정적인 표현을 삼가면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과 고질적인 비극에 유감을 표하는 이성적인 보편성을 유발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 노엄 촘스키·에드워드 허먼, <여론조작 - 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

한국의 많은 언론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거나 양측의 주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에 대해서도 누가, 왜 희생되었는지보다는 숫자나 통계를 제시하는 것에 그칠 때가 있습니다.
 24일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 지구 중부의 알마가지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구급차를 살피고 있다.
ⓒ AFP=연합뉴스
한국의 어느 여당 정치인이 무슨 말을 했고, 어느 야당 정치인이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이 앞다투듯 세세히 보도하는 것과 크게 대조됩니다. 각 언론도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에 따라 중요하게 다룰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동 지역 문제를 전하는 독립언론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는 3월 19일 '가자 :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된 어린이들의 이름과 얼굴'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사진과 함께 소개된 어린이들 가운데는 엄마와 함께 난민 텐트에 있다가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으로 사망한 5명의 남매 모하메드, 타레크, 라나, 아야, 와틴이 있습니다. 또한 태어난 지 9개월 된 무함마드도 엄마와 함께 살해되었습니다.

숫자나 통계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봄꽃이 피어나는 이 순간에도 세상의 침묵과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 평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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