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라팍서 그랜드슬램→쐐기 멀티포로 응수, 씁쓸하지만 삼성은 웃는다. 수비 잘하는 클러치 거포의 탄생

정현석 2025. 3. 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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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키움 새 외인타자 루벤 카디네스 (메사[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새로운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13 nowwe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안방을 가득 메운 홈팬들 앞에서 기분 좋은 개막 2연승을 거둔 삼성.

딱 하나, 쓰린 속마음이 있다. 키움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루벤 카디네스의 넘치는 존재감이다. 개막 2연전부터 친정 상대로 펄펄 날았다.

키움은 뎁스 얇은 마운드가 무너지며 2경기 모두 대패했지만 외인 타자 듀오의 활약으로 위안을 삼을 만 했다.

담 증세로 시범경기 막판 모습을 감췄던 푸이그는 실전공백이 무색하게 개막 2연전에서 1,2번에 배치돼 펄펄 날았다.

22일 대구 삼성과의 개막전에 투런홈런 포함, 3타수2안타 2타점 2득점에 이어 23일에는 톱타자로 나와 4타수2안타 3득점.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수비진을 부담스럽게도 했다. 0.571의 타율로 공동 4위.

카디네스는 중심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충실히 했다.

개막전 4타수3안타 1타점으로 예열하더니, 23일 삼성전에서는 5타수3안타로 무려 5타점을 쓸어담았다. 마지막 타석인 8회초에는 우완 이승현을 상대로 좌월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리며 삼성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9-3으로 넉넉하게 앞서다 9-7 단 두점 차로 쫓기자 라팍을 가득 메운 2만4000명의 관중석에는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놀란 벤치도 부랴부랴 8회 2사에 김재윤을 조기투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에서 짧은 시간 머무는 동안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경험한 외인타자. 부상과 태업논란 속에 불명예스럽게 짐을 쌌다.

하지만 카디네스는 KBO 복귀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저 개막전일 뿐이고, 어느 구장이든 다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는 건 늘 설레는 일이다. 지금 몸 상태는 좋다. 다시 KBO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 시즌 내내 내가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팬들께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키움 팬들 앞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대구나 삼성에 대한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백전 출전한 카디네스 (메사[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새로운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즈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 청백전에 출전해 타석에 들어서 있다. 2025.2.14 nowwe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리고 나서 삼성의 안방에서 상대의 심장을 향해 만루홈런이란 비수를 꽂았다. 대구 삼성전 2경기 9타수6안타 타율 0.667으로 삼성 류지혁과 함께 공동 1위에 1홈런 6타점. 스치면 거의 다 안타였다. 안타 친 타석이 못 친 타석보다 많다.

삼성으로선 이겼으니 망정이지 만에 하나 카디네스 발 만루홈런을 시작으로 대역전패라도 했다면 개막전 대승의 축제분위기가 싹 다 사라질 뻔 했다. 부상 논란 속에 돌아갔다 타 팀으로 복귀해 펄펄 나는 카디네스를 보는 삼성. 속내가 편하지 만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삼성은 마음껏 웃을 수 있다.

르윈 디아즈의 강렬한 존재감 덕분이다. 이날 3회 선발 하영민을 상대로 솔로포를 쏘아올린 디아즈는 8회 투런포로 쐐기를 박았다.

카디네스의 만루포가 터진 직후. 불안했던 2점 차 리드에서 달아나는 쐐기포였다. 덕분에 삼성은 11대7로 여유있게 승리할 수 있었다.

디아즈의 가치는 클러치 능력에서 나온다.

3회 솔로홈런도 4-0으로 앞서다 3회초 2실점 해 4-2로 쫓기던 차에 나온 달아나는 한방이었다.

디아즈는 개막전에서도 0-1로 뒤진 1회말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를 포함, 4타수3안타 2타점으로 예열을 마쳤다. 장타 없이 가볍게 배팅 타이밍을 맞춰본 디아즈는 두번째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홈런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 홈런 모두 각각 비거리 120m, 130m짜리 대형홈런. 라팍이 아니라도 담장을 충분히 넘길 타구들이었다.

디아즈는 경기 후 "2개 다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했다. 처음 공은 높이 떠서 잠깐 봤고, 두 번째는 사실 치자마자 넘어갈 것 같았다. 이런 경기가 이번 시즌 많아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집중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면서 점수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홈런보다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좋은 공을 놓치지 말자 생각했고, 중심에 잘 맞아서 넘어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야구장에 나와서 팬들을 만나는 게 정말 너무 즐겁다.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한국에서의 야구생활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음을 감사해 했다.

카디네스 부상 퇴출로 만날 수 있었던 '복덩이' 디아즈. 포스트시즌 9경기 5홈런이란 강렬함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그가 코리안드림을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다.

22일 개막전에서는 2개의 강습 안타성 타구를 거미손으로 척척 걷어내 초반 흔들리던 에이스 후라도를 벼랑 끝에서 구한 수비 잘하는 1루수이기도 하다.

돌아온 카디네스의 선전을 보는 것이 삼성으로선 기분이 썩 좋을리는 없지만 그가 있었다면 디아즈를 만날 수 없었으니 전혀 아쉬워 할 노릇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포화상태인 우익수 포지션에 비해 고민거리였던 1루수 포지션 고민까지 동시에 덜어줬으니 효자 중 효자 외인이 아닐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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