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가 조합에 "명예훼손 정정하라"…개포동서 무슨 일? [돈앤톡]
"심각한 명예훼손 발생…정정하라"
대형 재건축 사업지 입찰 잇따라 불참
잠실우성 1·2·3차 방배15구역 입찰 포기
"공정한 경쟁 어려운 속사정도 있어"
삼성물산이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조합에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건설사가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경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입찰 포기로 일정 차질" vs "정정 않으면 법적 조치"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개포주공 6·7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 명의로 '입찰 관련 허위사실 공지에 따른 조치의 건'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삼성물산은 공문에서 "조합장 명의의 문자 서신에서 당사가 입찰 절차에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연됐고, 타 사업장에서도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 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허위 정보를 안내해 당사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당사의 영업활동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정정 공지가 안 될 경우 당사는 관련하여 모든 법적 조치 등을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안내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최근 삼성물산이 잇따라 대형 재건축 사업지 입찰에 불참한 데 따른 후폭풍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재건축 입찰에 참여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돌연 불참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조합은 삼성물산의 선별 행동으로 인해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개포주공 6·7단지는 지난 12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하면서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됐습니다. 해당 사업지는 당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예상됐던 곳입니다.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입찰의향서도 제출했지만, 끝내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 선정이 불발되자 조합장은 이례적으로 단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조합원에게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조합장은 "시공사의 의견과 요구에 따라 입찰공고 시기를 올해로 연기했고 입찰에 참여하기 곤란한 조건들은 배제한 입찰안내서를 마련해 현장설명회에서 배포했다"며 "그간 수주 의지를 표명하고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했던 1개사가 입찰을 포기해 유찰됐습니다. 시공사 선정 일정도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입찰을 포기한 1개사는 우리 단지뿐 아니라 여러 타 정비사업장에서도 동일 혹은 유사한 방식으로 입찰을 포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조합장의 비리 및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는 등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 수주를 방해하고 있다는 제보도 입수했다. 조합을 좌지우지하려는 건설사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삼성물산의 엄포 이후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단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악의적 의도는 없었다"며 물러선 상태입니다. 삼성물산도 조합장이 내용을 정정한 만큼 이를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한 달 사이 '입찰 포기' 3곳…일정 밀리고 내홍까지
삼성물산은 관심을 보였던 대형 재건축 사업지에 잇따라 입찰을 포기해 시공사 유찰 행렬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앞서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지에 대해서도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조합이 입찰 조건이 과도하다는 삼성물산의 요구를 수용해 공사비를 올리고 책임준공확약서 제출 요건까지 완화한 상황이라 해당 조합원 사이에선 삼성물산을 향한 원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단지 내 현수막, 버스광고 등을 부착하며 수주 의지를 드러냈지만,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결국 잠실우성 1·2·3차도 시공사 선정이 지연됐습니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방배15구역 재건축 사업지에도 입찰 공고 전부터 조합에 입찰 조건을 질의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끝내 발을 뺐습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며 조합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입찰참여의향서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해임 총회를 발의하는 등 삼성물산의 불참은 조합 내홍으로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건설사가 특정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할지 여부는 철저히 사업성 판단에 따를 문제입니다. 수익성이 낮거나 위험 부담이 크다면 입찰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리스크 관리 및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는 입장입니다.
삼성물산 측은 "해당 사업장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주 가능성과 사업장 관리 여력 등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 입찰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공개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일부 사업장의 경우 경쟁사의 개별홍보 등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던 속사정도 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사이 세 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쟁 없는 수의계약으로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을 감내해야 하는 조합 내부에서는 불만이 일고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합과 공사비 등의 조건을 조율하고도 갑작스레 입찰을 포기한 것은 신뢰 문제로 직결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잇따라 발을 뺀 삼성물산이 왜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니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입니다.
한 조합장은 "신뢰할 수 있는 건설사의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비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순히 입찰을 포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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