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다…세계가 '무역장벽' 높인다
인도, 중국 및 베트남 철강에 임시 관세
일본, 중국산 흑연전극에 반덤핑 고율 관세
"G20의 수입 제한 조치, 1946년 이후 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세계로 확전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미국 내 제품 판매가 어려워진 국가들이 다른 지역에 물량을 우회시키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인도 등도 관세를 물리기 시작해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불붙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재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긴장 관계와 국가 안보 등이 함께 얽히면서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다시 낮아지기 쉽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U·인도·일본, 관세 전방위 확산
2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에 나선 뒤 세계 각국은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 강화로 대응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각종 관세 정책 가운데 철강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가장 먼저 현실화하면서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등 다른 무역 조치들은 유예된 상태다. 이에 따라 EU 인도 등 대규모 철강 수입국들은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중국산 철강 제품이 저가로 밀려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
EU는 25일(현지시간)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확정해 관보에 게재했다. 현재 시행 중인 철강 세이프가드에 따라 저율 혹은 무관세로 할당된 수입 물량을 최대 15% 줄인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분기 내 할당된 쿼터를 소진하지 못할 경우 다음 분기에 미소진 물량만큼 무관세로 추가 수출할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일부 제품군에 대해서는 이월 시스템이 아예 폐지된다.
인도 관세청은 18일 일정 가격 이하로 들어오는 중국·베트남산 철강에 12% 임시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이지만 최근 중국·일본에서 철강을 대량 수입하고 있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19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저가 또는 표준 이하 수입품의 유입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관세 인상을 위해 업계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日, 중국산 흑연에 고율 관세
일본 정부는 중국산 흑연전극에 대해 3월 29일부터 7월 28일까지 4개월간 한시적으로 95.2%의 고율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품목의 기존 관세율은 2.1~3.3% 수준이다.
흑연전극은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이는 데 사용되는 친환경 철강 공정의 핵심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하다.
이번 조치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23년 4월부터 일본 정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SEC 카본, 도카이카본, 닛폰카본 등 일본 주요 흑연 전극 제조사들이 일본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고율 반덤핑 관세를 물린 것은 최근 각국의 중국 제재와 비슷한 맥락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에서 관세 제재를 받은 중국산 제품이 일본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입제한, 트럼프 1기보다 75%↑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약 10년 전보다 관세 부과를 포함한 수입제한 조치가 75%나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스위스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트레이드 얼럿의 자료를 인용해 주요 20개국(G20)이 3월 1일 기준 총 4650건의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1기 집권 초기인 2016년보다 75% 증가한 수치이며, 2008년 말보다 거의 10배에 달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평균 관세율이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8.4%를 기록했다. 2016년 1기 트럼프 정부 때는 1.5%에 불과했다. 경제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이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세계적으로 불붙인 관세 강화 이후 최대 규모의 보호무역주의 추세를 형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무트-홀리법은 1930년 미국에서 제정된 보호무역법으로, 세계 대공황 시기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수입품에 대폭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당시 미국 정부는 2만개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평균 4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에 따라 각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세계 교역량이 줄고 대공황이 더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WSJ은 “무역 갈등의 확산은 소비, 투자, 고용을 위축시킨다”며 “미국에서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했고, 주가는 내려가며, 기업의 투자 의향도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혜인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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