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2200곳 갭투자 막혀… 마포·성동 ‘풍선효과’땐 추가지정[10문10답]
투기 막기위해 거래전 사전허가
집값급등에 용산·강남 3구 묶어
2년 실거주 의무·분양권 못팔아
어길땐 거래가격 30%까지 벌금
토허구역 단기적 가격조정 예상
가격담합 등 편법 성행 가능성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 올린 공)’이라 불리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번복으로 혼돈을 겪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이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부 단지를 토허구역에서 해제하자마자 갭투자(전세 낀 매매 거래) 등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났다. 심지어 집값 띄우기·가격 담합 등 이상 거래 조짐에 과열 양상까지 보이자 서울시는 해제 5주 만인 지난 19일 대책을 철회했다. 토허구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물론 용산·강남 3구 전체를 규제로 묶어버렸는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과잉 규제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6개월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시장 변화를 세세히 살피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이번 정책 번복이 오히려 시장 과열을 더 부채질한 꼴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란
토허구역 지정제란 개발 예정지 등에서 투기가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하는 제도로, 국토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주택·상가·토지 등을 일정 규모 이상 거래하려면 관할 구청장에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중 주택의 경우 2년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되다 보니,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어려워진다. 토허구역 지정제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78년이다. 1970년대 후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부동산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땅값이 오르자, 정부가 수도권과 일부 개발 예정지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제3한강대교(현 한남대교)와 경부고속도로 개통, 영동 신시가지 개발 등 잇단 개발사업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이 등장하자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당시에는 이름 그대로 토지를 중점에 둔 규제였지만, 이후 주택시장에도 투기수요가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2020년부터 주택과 상가 등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다.
2. 토허구역 지정 취지와 배경은
앞서 말했듯이, 토허구역 지정은 개발에 따른 투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 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 제도 도입 취지다. 도입 당시였던 1970년대는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모두 없었다. 정부조차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나 실소유주, 정확한 거래 가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토 개발을 해야 하는 탓에 강력한 규제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끊임없는 사유재산 침해 논란으로 해제 요구가 이어지다 1993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과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토허구역이 대거 해제되기도 했다.
3.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오는 9월 말까지 토허구역으로 재지정된 용산·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내 약 2200곳 아파트(총 110.65㎢)를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허가가 필요한 대상은 지난 24일부터 체결된 신규 매매 계약분 중에서 6㎡를 초과하는 매물이어서 사실상 모두 해당되는 셈이다. 최초로 분양받은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분양권을 제3자에게 전매하거나 이를 매매하는 경우에는 규제가 적용된다. 만약, 이들 매물을 허가 없이 거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토지가격의 30%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하는 것을 빼고는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매수자는 토허구역 내에서 허가를 받으면 일정 기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 한다. 거주·경영 등의 목적으로 허가받은 경우엔 2년, 사업용은 4년이다. 만약 매수한 뒤 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방치하면 취득가액의 10%, 타인에게 임대하면 7%, 무단으로 이용 목적을 변경하면 5%의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4. 해외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나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자국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주요 대도시에선 다주택 제한 등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주택·토지 매입을 허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국적을 불문하고 특정 지역의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나, 자위대 기지·원전 등 국가 안보에 관련된 경우에 한한다. 호주와 스위스의 경우 외국인이 주택이나 토지를 구매할 경우 정부 기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호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농지나 전략 지역일 경우 더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두 국가 모두 외국인의 과도한 부동산 보유를 막고 거래를 실수요 위주로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자국민 대상 제한은 없다.
5. 토허구역은 그간 어떻게 바뀌었나
우리나라 최초의 토허구역은 1985년 지정된 충남 대전시·대덕 연구단지 예정지(약 27.8㎢)다. 토허구역은 신도시나 공공주택단지 등 개발예정지에서 보상을 노린 투기적 토지 거래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쓰였다. 서울에서는 2002년 강북 뉴타운 사업지구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그 인근 강남구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총 14.4㎢를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련 대규모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에 따라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4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도 추가됐다. 지난해 9월에는 모아타운 대상지 89곳과 인근 지역 등 총 11.11㎢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6. 서울시가 소위 ‘잠·삼·대·청’ 토허구역 해제를 결정했던 배경은
서울시가 지난달 5년여째 묶어놨던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 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했던 것은 오 시장이 직접 기획한 ‘규제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토허구역 지정 규제를 철폐해 달라”는 시민 의견을 수용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그간 토허구역 지정을 한 번에 5년까지 지정할 수 있음에도 1년마다 부동산 거래 동향을 분석해 허가구역의 유지 여부를 판단해왔다. 서울시는 토허구역이었던 지역의 거래량이 지난해 7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급감했고, 같은 해 12월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다수 제시됐기 때문에 해제 조치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기 침체와 맞물려 거래량도 줄어 지나치게 하향추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경계를 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해 일부 지역에 대한 해제를 결정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7. 서울시가 토허구역 해제를 번복하고 오히려 확대한 이유는
서울시는 지난 2월 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 및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과 거래량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현장 점검을 병행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2월에는 ‘잠·삼·대·청’을 비롯한 강남·송파구에서의 아파트 거래가격이 상승과 하락이 혼재된 양상을 보였지만, 2월 거래 신고가 상당 부분 마감되는 시점인 3월부터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가속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시는 호가 상승으로 인한 매수심리 회복세가 강남권과 한강변 지역 위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이로 인해 실거주가 아닌 갭투자 등 투기성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 주택시장의 불안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토허구역 확대 지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8.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시장 여파는
토허구역은 실거주 의무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량 감소와 단기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하락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주거 선호지역으로 실거주 목적 수요가 탄탄하다. 이들 지역과 인근 지역은 수요층이나 가격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수요가 옮겨가며 발생하는 집값 풍선 효과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마포·성동구 등 주변 집값이 오르면 토허구역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방침이 매수 심리를 자극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유입하려는 수요는 단기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에 공급 절벽, 금리 인하 기대감,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등 집값 상승 요인이 즐비한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전세 낀 매물의 경우 거래가 중단돼 전세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9. 부작용 발생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토허구역으로 재지정한 뒤 시장에서는 이들 지역에 몰릴 투자수요가 인근 마포·성동구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토허구역으로 새롭게 묶인 용산·강남 3구 아파트에서는 거래가 급감하는 동시에 편법 등이 성행할 수 있다. 가령,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가격 담합이나 집값 띄우기 등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이번 대책이 6개월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풍선효과 발생 여부와 가격 상승세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과열 조짐을 보이면 해당 지역을 토허구역이나 조정 대상 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이달부터 합동점검반을 가동, 이상 거래와 집값 담합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며 부동산 투기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방침이다.
10. 서울 부동산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선 향후 부동산 정책을 시행할 때 무엇보다 신중함이 요구된다. 부동산 시장은 특히 정책 민감도가 큰 만큼, 정책 번복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거래를 막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만능이 아니란 점도 인지해야 한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를 연이어 강화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투기수요를 자극해 집값이 올랐던 ‘집값의 역설’을 경험한 바 있다. 정부가 일부 지역을 규제한다는 점이 역으로 그 지역은 수요가 많고 집값이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서울은 실수요 대비 공급물량이 부족해 그동안 집값 상승 전망이 제기됐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투기수요에 실수요까지 더해 집값이 급등하지 않도록 도심 내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단지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집계 기준 내년 서울에는 2만4462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정물량(4만6710가구)보다 47.63% 적은 수준이다.
이승주·구혁·이소현·이정민·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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