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버린 정책(?)”…국민연금 둘러싼 갈등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김찬호 기자 2025. 3. 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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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성세대가 2030세대를 죽이고 있다.”

18년 만에 첫발을 뗀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2030 청년 세대에게서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은 모수인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각각 13%, 43%로 조정하면서 기존 9%였던 보험료율을 올리고, 2028년까지 40%로 내리기로 했던 소득대체율도 올렸다. 사실상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지만 청년을 표방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호응하며 연금개혁은 세대 간 갈등으로 번졌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를 ‘기성세대의 협잡’이나 ‘미래 세대 약탈’이라 했다.

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커지지만 실질적으로 받는 연금 혜택은 기대보다 작다는 점이다. 둘째, 연금 기금 고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결국 청년 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두 가지 우려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

① 더 내고, 더 받는 게 아닌가?

“5000만원을 더 냈는데 2000만원만 더 받는다.” 모수 개혁에 대한 이 비판의 출처는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연금개혁 관련 Q&A’ 자료다. 복지부는 ‘앞으로 가입자들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게 되는지’라는 질문을 가정해 “총 보험료는 5400만원, 총 연금액은 약 2200만원 증가한다”고 답했다. 이는 2025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소득자를 309만원으로 가정하고, 40년 동안 돈을 냈을 때 25년간 받게 될 돈을 계산한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현행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 계산하면 총 보험료는 40년 동안 1억3349만원을 내고, 25년 동안 2억9319만원을 받는다. 반면 개정한 모수로 계산하면 총 보험료는 1억8762만원을 내고, 3억1489만원을 받게 된다. 즉, 연금개혁으로 인한 절댓값은 ‘더 내고, 더 받자’가 맞다.

이번 개혁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딧’ 제도의 확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은 약 22년이다. 연금 구조상 돈을 내지 않아도 가입 기간을 늘려주면 받는 돈은 늘어나게 된다. 출산은 첫째 아이부터 12개월, 군 복무도 12개월 가산된다.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1.48%포인트 오르게 된다. 특히 출산의 경우 둘째 아이는 12개월, 셋째 아이 이상부터 18개월씩 추가 가입 기간으로 인정한다. 50개월까지만 인정하는 상한선도 폐지했다. 연금개혁으로 인한 상대적 유불리는 청년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연금개혁 관련 Q&A. 복지부는 연금액을 20~59세까지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를 가정해 계산했다.
② 연금 고갈, 청년 세대는 진짜 못 받나?

“청년 세대는 연금 고갈로 내기만 하고 받지 못한다.” 모수 개혁을 비판하는 또 하나의 근거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가는 연금 급여 지급을 보장하기로 했다. 연금이 고갈된다고 받지 못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 역시 복지부 자료에서 불거졌다. 지난 21일 복지부는 연금개혁에 따른 기금 고갈 시기가 “2064년도 맞고, 2071년도 맞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7년이나 차이 나는 기금 고갈 시점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은 ‘기금 투자 수익률’ 때문이다.

기금은 연금의 주요 수익원으로 수익률에 따라 기금 고갈 시점이 달라진다. 수익률을 4.5%로 계산하면 기금 고갈 시점이 2064년, 5.5%로 계산하면 2071년이 된다. 일각에선 복지부가 수익률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1988년 국민연금 기금이 설치된 이후 2024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6.82%이고 2024년 수익률은 15%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5.5%까진 기금 수익률을 올려 잡는 것이 맞다”며 “왜 4.5%로 계산해서 기금 고갈 시점을 더 앞당겨서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금 수익률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고갈 시점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연금이 수지균형(노동한 기간에 낸 보험료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연금 급여가 균등해지는 지점)을 이루는데 필요한 목표 수익률과 비교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의 모수 개혁’을 평가해 볼 수도 있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이 계산한 1962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나이별로 수지균형을 이루는데 필요한 기금수익률. 필요내부수익률이 곧 기금수익률을 의미한다. 원종현 위원 제공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은 모수 개혁 전 보험료율인 9%, 소득대체율 40%를 가정해 1962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나이별로 수지 균형을 이루는데 필요한 기금수익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1992년생이 수지 균형을 이루는데 필요한 기금 수익률은 5.83%였다.

원 위원은 “모수 개혁 이후 변화한 수치를 가정해도 보험료율이 소득대체율보다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수지 균형을 이루는 기금 수익률은 5.83%를 밑돌 것”이라며 “이번 개혁이 기금 수익률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③ 그렇다면,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가 비판해야 할 지점은 모수 개혁 수치보다 ‘크레딧 지원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제도는 크레딧 지원 시기를 사유 발생 시점이 아니라 연금 수급 시점으로 맞추고 있다. 이로 인해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여성들은 출산 크레딧을 남편에게 주는 형편이다. 남 교수는 “크레딧을 사유 발생 시점에 부여하면 연금수급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여성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10년 자격을 채워서 본인이 연금을 수급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레딧 지원 시기가 사유 발생 시점으로 바뀌지 않는 것은 무관심 때문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크레딧 부여 시점을 사유 발생 시점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며 “사실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개혁이 청년들에게는 훨씬 중요한 문제인데 관심은 수치에만 쏠리고 있다.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정치인 중에서도 이런 문제를 따지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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