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축산] 가축·환경·사람이 공존하는 축산의 모범 답안 | 월간축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3월호 기사입니다.
“당시 아내가 다니던 직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직원 상대로만 판매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비어 있던 농장을 이어받아 병아리 700마리를 입식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야심차게 유정란 생산을 시작했다. 나름 깊은 고민 끝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최 대표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사육 환경이었다. 열악한 축사 환경에서 한 계절을 겨우 버틴 닭들이 무더기로 콕시듐에 감염돼 400마리 이상이 폐사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가축은 대강 밥만 잘 챙겨주면 알아서 큰다고 생각했다가 낭패를 겪었죠. 수의사를 통해 병명과 원인을 알게 되면서 농장 환경을 새삼 살펴보게 됐습니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기가 찰 수준이었다고 최 대표는 회상했다. 남은 300마리를 살리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최 대표는 전국 유명 농장들을 찾아다니며 사양관리, 축사 환경 관리, 경영 노하우 등을 배워 자신만의 유정란 생산 매뉴얼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수입을 모두 시설 보수에 투자하며 5년간 노력한 끝에 지금의 농장이 완성됐다.
“자연양계(야마기시식 양계) 방식의 <벽오리농장>을 보고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벽오리농장>의 방식에 나만의 방법을 더해 <산야농장>식 양계를 구축해 갔습니다.”
넓은 방사장을 갖춘 동물복지 환경에 건강한 닭을 만들어 내는 자연육추, 건강한 닭을 키우기 위한 자가 사료 생산이 중심이었다. <산야농장>의 2개 축사는 각각 칸막이를 통해 경계를 나눠 4구역으로 분리하고 입식 시기에 따라 총 4계군으로 운영된다. 비슷한 계군의 닭들을 같은 곳에 모아둠으로써 서로 잘 지낼 수 있고, 이에 따라 균일한 크기와 품질의 달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기준에 따르면 1㎡당 9마리 이하의 사육밀도를 유지하도록 했으나 최 대표는 1㎡당 2.5마리가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축사를 제외하고 약 3300㎡(1000여 평) 이상의 방사장을 통해 평상시에는 자유롭게 운동과 흙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방사장 규모만 따져도 2500마리 정도를 키울 수 있다. 여기에 무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서열 싸움에서 밀린 약한 개체들을 격리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어느 정도 보온과 환기를 고려한 육추장에서 최 대표가 직접 고안한 육추상자에 병아리를 키운다. 육추상자 바닥에는 흙을 덮고 그 위에는 병아리들이 포근하게 쉴 수 있도록 깔짚을 두툼하게 깔아준다. 육추상자 한쪽 벽면에는 니플을 설치해 물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입식 역시 추운 겨울에 맞추지 않고 회원들의 주문량에 따라 조절해 입식하고 있다.
“자연육추를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셈이죠. 말 그대로 자연 상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추위와 더위를 이겨 내는 과정에서 스스로 면역력이 길러집니다.”
최 대표는 실제 5월에 입식한 병아리도 잔털이 빼곡하게 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틀에 한 번 사료를 직접 배합해 급여하고 있다. 사료 배합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면역력 증진’이다. 유기농 사료를 베이스로 해 어분과 석분·황토·고추씨·깻묵·청치·패각 등을 배합해 기본 사료를 만든다. 기본 사료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흙사료다. 흙사료는 소화 기능을 발달시키고 미생물 활성에도 도움을 준다. 이렇게 기본 사료가 만들어지면 여기에 건조 후 분쇄한 30여 가지의 한약재와 유기농 김을 생균제에 풀어 배합해 사료를 완성한다.
“김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달걀노른자는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태안에서 친환경 유기인증을 받은 김을 직접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옻나무와 헛개 열매를 끓인 물에 종합비타민을 섞어 매일 음수와 함께 급여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한살림에 납품하는 농가에서 나오는 유기농 채소 부산물을 받아서 급여한다. 이처럼 병아리 때부터 철저한 관리를 통해 키우고 양질의 사료와 최상의 환경에서 자란 <산야농장>의 닭은 산란일령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닭은 20주령 전후 산란을 시작해 30주령 전후에 산란피크를 맞고 약 1년인 52주령이 지나면 경제성이 저하된다. 하지만 <산야농장>의 닭들은 20개월을 훌쩍 넘기고도 활발한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다. <산야농장>은 특별방역기간을 제외하고는 상시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체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 농장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 인근 지역 주민들 모두 언제나 환영이다.
“폐쇄적으로 운영할수록 축산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농장을 공개함으로써 고객과 신뢰감을 쌓을 수 있고 지역 주민과 소통을 통해 민원 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산야농장>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바로 직원들이다. 농장 규모에 비해 직원의 숫자가 많지만 외국인 근로자 없이 모두 지역 주민으로 구성돼 있다. 나이가 60대를 전후한 것도 특이점이다.
“제가 욕심을 버리면 많은 사람들이 적게 일하고 수입을 나눠 갖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령의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각자의 업무량은 최소화했죠. 공존과 상생·소통이 지속 가능한 축산을 가능하게 하는 비결입니다.”
글 김수민 |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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