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에 뿔난 개미 달래기?…김동관, 주식 30억어치 산다
3.6조 유상증자 파장
주주 반발에 뜨끔했을까.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영진이 48억원(약 7700주)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고 23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24일부터 30억원 어치(21일 종가 기준 약 4900주)를 매수하고,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사장)가 약 9억원(약 1450주) 어치를,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은 약 8억원(약 1350주) 어치를 매수한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다음날(21일) 주가가 13.02% 급락하며 파장이 커지자, 김 부회장 등의 경영진이 주식 매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에 따른 것으로 주식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회사와 주주의 미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한화(-12.53%), 한화3우B(-9.59%), 한화시스템(-6.19%), 한화솔루션(-5.78%), 한화오션(-2.27%) 등 한화그룹 주 전반이 급락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추가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를 희석해 직·간접적인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보유 현금 활용,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등의 다른 자금 확보 수단이 있는데 회사가 유상증자를 선택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7319억원으로 전년대비 191% 증가했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조9677억원 보유 중이어서 “왜 하필 유상증자인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상증자 공시 당일인 20일 긴급 콘퍼런스콜에서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애널리스트 질문이 쏟아졌을 정도다. 회사 측은 “차입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줘 자칫 방산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결의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한 데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나온다. 한화오션 지분 매입 이후 자금이 부족해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건 주주이익을 침해한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재계에선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 주주인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화오션 지분 매각으로 경영 승계 대비용 실탄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지분 22.15%를 보유한 2대주주로,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50%)이다. 김동원 사장·김동선 부사장도 각각 25%씩 보유,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비상장사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부터 ㈜한화 지분을 매입하면서 김 부회장 형제들의 그룹 지배력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경영 승계와는 관련 없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사업의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지분 확보라는 의미다. 이종천 숭실대 명예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는 “주주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상세한 투자 계획 없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다 보니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용된다는 주주들의 의구심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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