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 만난 이재명 "AI, 불평등·격차 완화 수단돼야"

고창남 2025. 3. 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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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재명N하라리, AI시대를 말한다'... 100분간 인공지능 주제 대담

[고창남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고 국가 간 경쟁도 과열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로 인한 혜택과 이익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계적인 석학이자 저서 <사피엔스>로 유명한 작가 유발 하라리와의 대담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이재명 N 하라리 대담 : AI(인공지능) 시대를 말한다' 대담에서 자신의 'K-엔비디아' 발언을 언급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공공 부문 투자 구상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2시간 가까이 AI를 주제로 기술 발전, 국가의 역할, 부의 재분배, 노동, 일자리 등의 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대담은 AI가 만든 배경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진행됐으며, 두 사람 간의 대담과 청중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표는 "기술개발 능력이 있는 거대기업이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제지할 수도 없고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저항이 심하다. AI 산업을 공공부문에서 투자해서 수익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AI)산업에 대한 공공 투자 참여를 말했다가 공산주의자라고 공격을 많이 받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유발 하라리 교수에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하라리 교수는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므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 대신 그는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아동 노동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 개입을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아동 노동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좋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며 "정부가 학교를 짓는 등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일자리 시장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굉장히 불안정할 것이고 굉장히 유동적일 것이다"며 "AI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 재활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 AI를 놓고 다들 이 경쟁에서 밀리면 완전히 낙후된다는 불안감에 총력 경쟁하고 있다"며 "세상의 모든 충돌의 원인은 엄청난 격차와 불평등이다. AI가 어차피 생겨난 새로운 영역이라면 불평등과 격차를 완화하고 폭을 좁히는 방법과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 결국 그것은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라리 교수는 'AI와 미래'와 관련하여 개인간·사회간·국가 간 신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라리 교수는 "어떻게 하면 개인간·국가 간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느냐"고 이재명 대표에게 물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인간의 욕망을 다 충족시키기 어려워져서 타인으로부터 또는 다른 나라로부터 더 가져와야겠다는 욕망이 강렬해진다"라고 짚었다.

하라리 교수는 "AI 혁명은 한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혁명이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훈련받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정신 보건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를 이어갔다. 그는 "알고리즘이 사람을 한쪽으로 몰아서 한쪽 사고만 하게 하는 게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윤리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기술 개발에는 유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강력한 동기는 돈벌이고 그 다음이 군사적 동기"라며 "윤리적 규제를 아무리 만들어내도 군사적 요인에 의한 개발 욕구는 막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자력 이용도 사실은 누구를 어떻게 대량으로 파괴해 볼까 하는데서 출발한 거잖나. (AI 혁명이) 현실화되고 인간 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 그때는 또 우리가 충분히 합의한 조건으로 통제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라리 교수는 "(AI와 관련)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위조 인간(fake human)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목표는) 사용자 접속 시간을 늘리고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시간을 더 보내게 하라는 것"이라며 "이제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는 능력이 사라졌다. 알고리즘 AI(인공지능)에 너무 많은 힘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계엄령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위조) 인간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하라리 교수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는 AI 이야기를 한마디도 안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표 같은 정치인이 이런 자리를 갖고 정책적 해결을 생각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화답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 시민은 "사법부와 행정부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데 지금은 (사법부와 행정부가) 전문성을 갖기 어려울 듯 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또 "(AI 분야에서) 민간 전문성을 더 존중한다는 생각을 관료들이 정부 차원에서 해야만 더 나은 세상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정부 영역은 매우 뛰어난 영역으로 우리 사회를 선도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민간 영역의 전문성이 정부 관료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료가) 규제나 산업 현장에 대한 통제 욕구가 있다. 권력이 있으면 행사하고 싶어 한다"며 "그것을 절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것을 스스로 절제해야 하고 민간 전문성을 더 존중한다는 생각을 관료들이 정부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 AI 업계 종사자는 "AI 시대가 인류에 유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하라리 교수는 "잘못된 선택은 인간의 문명을 파괴할 수 있지만, 올바른 결정은 최고의 발명이 될 수 있다"며 "AI는 원자폭탄과 달리 스스로 결정하고 무기를 창조할 수 있어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인간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없이도 편리한데 더 편한 세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한 시민의 질문에 대해 이 대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국가가 AI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국어, 문자, 산수처럼 AI 활용을 기본 교육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가 'AI 윤리 규제와 경쟁력 균형'에 대해 묻자 하라리는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국 같은 나라는 단독으로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고, 유럽연합, 일본, 인도 등과 협력해야 자원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군사적 동기로 개발을 막긴 어렵지만 이익 공유가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공공 투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전산언어학을 전공한 한 학생이 '정치인과 관료의 AI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자 이 대표는 "민간 전문성이 정부를 앞선 시대"라며 "관료가 민간 역량을 존중하고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R&D 예산 평가를 공무원이 하는 건 전문성이 떨어져 비효율적"이라며 "민간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지털 민주주의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양소희씨는 "AI를 협력자로 활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하라리 교수는 "전문가 의견이 정부에 반영돼야 한다"며 "AI가 자신을 밝히고 긍정적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사례를 들면서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처럼 AI가 대화를 개선할 수 있다"고 했고 "규제와 개발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칼이나 불처럼 AI도 양면이 있다"며 "정치와 정부가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풍요를 가져오겠지만, 삶의 질을 위해 제도 설계가 필수"라며 "시민의 인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기술만으로는 인간이 행복해질 수 없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느데 AI를 활용해야 한다. AI 활용법도 중요하다"며 "한쪽에 편향돼서는 안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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