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中 한한령 해제하나…韓 문화콘텐츠 등 수혜기대
무협 "한한령 해제시 韓 숏폼·굿즈·럭셔리 관광·온라인 공동구매 등 유망"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對)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주변국과 우호적 관계 구축을 도모하는 등 유연한 외교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이 한국과도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막혔던 한국 제품·서비스의 중국 진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돼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움직임과 우리의 대응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이 시행한 한한령으로 한국의 대중(對中) 문화 콘텐츠, 관광 서비스 및 소비재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중국인의 한국 방문 관광이 대거 불허되고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 송출이 차단되는 등 한한령의 여파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의 비중은 2016년 94.0%에서 2017년 68.4%로 줄어든 데 이어 2022년 54.0%로 급감했다.
한국 방송 산업의 대중국 수출 규모도 2016년 9천400만달러에서 2022년 5천400만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중국에서 주목받던 K-뷰티 화장품 기업의 매출 성장세도 한한령 발효 직전 3년간(2014∼2016년) 18.6%에서 이후 3년간(2017∼2019년) 3.9%로 뚝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중국에 대한 다층적 압박을 강화하자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을 도모하는 등 유연한 외교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025년 외자 안정 행동 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투자 기업의 중국 내 사업 환경을 개선하는 등 외투 유치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보고서는 중국의 한한령이 공식 규제가 아니었던 만큼,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한령 해제'를 선포하는 방식이 아닌 이런 조치가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한중 문화부 장관 회담에서 문화예술·콘텐츠·관광 분야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오는 10∼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문화 교류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미키 17'이 중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개봉하면서 수년 만에 중국 중앙 당국이 한국인 감독 작품의 수입을 허가하는 등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한국 콘텐츠의 중국 수출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중국 콘텐츠 시장은 재작년 기준 328억달러 규모로, 미국(912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며 한국(41억달러)의 8배 규모다.
콘텐츠 시장 성장 전망(2023∼2028년)도 9.1%로, 미국(4.9%)과 한국(3.5%)의 2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리면 중국의 대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대상 고가 판권 판매가 증가하고, 한중 합작 콘텐츠 제작 등 과거 성공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기반으로 K-팝의 중국 진출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한 장르의 한국 게임의 중국 출시가 추진되는 등 대중국 수출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관광 부문에서는 면세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증가하면서 면세업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화장품 등 소비재 판매 증가 등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무협은 한한령 해제로 주어지는 기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변화된 중국의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서비스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드라마·영화 부문에서는 숏폼 콘텐츠, K-팝 부문은 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몰입형' 행사, 게임 부문은 캐릭터 굿즈·웹툰, 관광 부문은 럭셔리 여행 상품, 소비재 부문은 온라인 공동구매 등을 유망 분야로 지목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신무역전략실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중국 바이어 대상 설문에 따르면 3년 후 한국 제품의 경쟁력으로 '품질'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면서 "한한령 기간 다소 희미해진 K-브랜드 이미지를 재확립하고 제품·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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