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초기보다 나아진 게 없다"…응급실 뺑뺑이에 지쳐가는 구급대원

한귀섭 기자 2025. 3. 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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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로 응급실 뺑뺑이가 지속되면서 소방 구급대원의 고충이 커지는 가운데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강원 지역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들도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손상기 전공노 강원소방지부장은 "구급대원들은 의료 대란 초기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장 상황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구급대원들이 업무 부담도 가중된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상황이다. 빨리 의정 갈등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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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의료접근성 낮은데…피로도 쌓이는 강원 구급대 현실
강원소방, 다음주 강릉아산병원서 응급의료체계 개선 간담회
김성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 대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2025.3.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의정갈등 장기화로 응급실 뺑뺑이가 지속되면서 소방 구급대원의 고충이 커지는 가운데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강원 지역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들도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휴일 오후 6시쯤 도내 한 지역에서 70대 여성 A 씨가 거주지에서 난방 텐트를 설치하다 폴대에 눈을 다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은 A 씨에게 응급처치를 진행한 뒤 인근 병원을 수소문 했으나,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거점을 넓혀 경기, 충북 지역 병원의 병원도 알아봤으나 모두 거절당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3시간을 구급차에서 연락을 취한 끝에 구급대원은 A 씨의 보호자에게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고, 보호자가 다시 집으로 가자는 말에 결국 집으로 향했다.

대신 구급대원은 다음날 평일 오전 일찍 A 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도록 도왔다. A 씨는 다행히 찰과상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 차량.(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News1 DB

당시 이송을 담당한 구급대원은 “휴일 오후여서 상황이 병원마다 연락이 안 될 줄을 알았지만, 다들 연락이 되지 않고 거절을 당해 당황했다”면서 “의정 갈등 이후로 응급실 뺑뺑이가 정말 많이 심해졌고 나아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평소 같았으면 구급대원들은 지역에서 지역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면 끝났다. 하지만 의정 갈등으로 거점 병원마다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지역에서 타지역, 심지어는 타 권역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이송한 뒤 돌아오는 시간이 걸리고, 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구급대원들이 해당 구역에 배치돼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승룡 강원도소방본부장은 최근 춘천소방서를 찾아 119구급 서비스 운영체계를 직접 점검하고 구급차 동승 체험을 진행했다. 구급대원들이 불만이 커지자 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격려하고 달래기 위해 찾았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강원도소방본부.(뉴스1 DB)

앞서 지난 1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응급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당시 서울소방노조는 △병원 응급의료 능력 평가 시 119구급대 환자 수용 및 이송률 반영한 평가 항목 도입 △119구급대에 정확한 병원 정보 제공 및 '수용 불가 사유' 명확히 표시 조치 △119구급상황센터에서 병원 선정 가능토록 법적·행정적 권한 부여 및 이송 지연, 이송 불가 상황 파악 가능한 시스템 마련 등을 요구했다.

손상기 전공노 강원소방지부장은 “구급대원들은 의료 대란 초기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장 상황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구급대원들이 업무 부담도 가중된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상황이다. 빨리 의정 갈등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오는 26일 강릉아산병원에서 응급의료체계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를 시작으로 지역 대형 병원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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