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내전이 거리의 내전 될라"···尹 탄핵 두고 충돌 우려↑
"심리적 내전 상태가 아니라 거리의 내전 상태로 갈 수도 있겠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2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지난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부 정치인을 향해 연이어 발생한 폭력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20일 오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우측 허벅지를 공격받았다. 이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넘겨졌다.
이재정 의원은 "한 남성이 날아치기 하듯 제 허벅지를 발로 찼다"며 "경찰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는 폭도들이 얼마나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낼지 모른다"고 했다.
이 의원을 향한 폭행 사건이 있기 불과 몇 시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 중이던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누군가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경찰은 계란을 던진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민주당 다수 의원들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 정치인을 향한 실제 폭력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자 정치권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 10일 경기 수원역에서 1인 시위에 나섰을 당시 한 시민이 던진 맥주캔에 맞을 뻔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을 향한 이같은 폭력 행위를 엄중하게 보는 한편 이 문제를 풀어갈 주체도 결국 정치라고 봤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지난 20일 오후 MBC 방송 '뉴스외전'에 나와 "'얼마나 아팠겠어' 이런 생각하면 안된다. 저게 날계란이 아니라 돌이거나 아니면 염산이거나, 어떤 신체에 가해를 줄 수 있는 것들이 신체에 닿았지 않나. 이건 허투루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경비만 서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의 사법기관이나 경찰 쪽에서 엄중 경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 출연해 "나라가 둘로 쪼개지고 또 앞으로 탄핵 일정 등에 따라 더 쪼개질 수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개탄스럽다"며 "다음 지도자는 정말 통합의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또 각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날로 과격해지는 일부 시민들의 행동에는 정치권 역시 일부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진원 교수는 더300에 "정치권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혐오정치, 증오정치를 보이고 막말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지지층에 멈추라 할 수도 없다"며 "(정치인들이) 지지층에만 기댄 분별없는 열정을 쏟아내다보니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진영 대결이 생겨났고 이 대결이 테러 정치로까지 발전했다. 정치권부터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더 큰 혼란과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양 진영 모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승복해야 한다는 상징적 선언이 나와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더300과의 통화에서 "정치인 한 두 명이 개별적으로 말하는 게 아닌, 대표 정치인은 물론 종교 지도자 등까지 다 모여서 헌재 판단에 승복하자는 상징적 선언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승복의 문화가 없으면 공멸의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승복한다는 게 좋아서, 지지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요소이고 민주주의 제도를 존중한다는 자세이자 약속"이라며 "승복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하고 고위 인사, 정치 지도자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시각에서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고 올바른 문화를 공천제도와 연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진원 교수는 "정치의 핵심은 말이고 말로 설득하는 것인데 지금은 정치인들이 이를 망각하고 마치 조폭(조직폭력배)과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 이대로면 심리적 내전 상태가 아니라 거리의 내전 상태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여야가 모두 현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자성하고 앞으로는 이같은 문화를 지양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채 교수는 이어 "공천 과정에서부터 혐오정치를 하는 분들은 감점하는 식의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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