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S토리] 혼전계약과 이혼 시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

지혜진 KB국민은행 WM추진부 선임변호사 2025. 3. 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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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재벌가에서 이혼에 대비해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과연 혼전계약서라는 것이 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 효력이 있는 것일까./사진=이미지투데이
드라마를 보면 재벌가에서 이혼에 대비해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과연 혼전계약서라는 것이 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 효력이 있는 것일까.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혼전계약과 가장 유사한 제도는 '부부재산 약정'이다. 민법은 제829조에서 '부부재산 약정' 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부재산 약정이란 결혼 당사자가 결혼 중의 재산 소유·관리 방법 등에 대해 결혼 성립 전에 미리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부부재산 약정은 혼인 중에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혼인 성립 전에 약정해야 하며 이 약정을 등기해야 한다. 만일 부부재산 약정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 부부재산 약정을 등기하지 않으면 그 약정은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부부간의 재산과 관련해 '부부별산제'를 취한다. 즉 민법 제830조, 제831조에 따르면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과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이라고 하고 특유재산은 각자가 관리한다고 정한다. 다만 부부 중 누구 명의의 재산인지 명확하지 않은 재산의 경우 공유로 추정할 뿐이다.

그런데 보통 보유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산은 부동산인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등기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누구 명의 재산인지 명확하지 않아 공유로 추정할 만한 경우는 사실상 동산 외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자녀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스스로 취득한 재산이 많아서 또는 부모로부터 증여, 상속 등으로 자산승계를 받아서 자녀가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자녀의 결혼을 앞둔 부모 입장에서 자녀와 사위 며느리 간의 부부재산 약정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자녀가 혼인하게 되면 아무래도 경제공동체가 되어 자녀와 사위·며느리간의 재산 경계가 불명확해 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고 둘째, 높은 이혼율로 인해 자녀가 혹여라도 이혼하게 될 경우 혼인 전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취득한 재산조차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혼인 전에 미리미리 보유한 재산에 대해 각자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명확하게 할 목적으로 혼전계약을 고려하곤 한다.

부부별산제에 따라 혼인 전 취득한 재산이나 혼인중의 취득한 재산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므로 각자의 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하여 청산하게 된다면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다툴 일은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재산분할이란 본질이 협의상 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됨에 따라 부부의 한쪽이 다른 쪽에게 하는 청산과 부양으로 주는 재산적 급여의 의미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누구의 명의의 소유인가에 따라 형식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재산분할제도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의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해 이혼을 할 때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해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로 형식적인 명의가 아닌 실질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그렇다면 부부재산 약정을 혼인 전에 체결하고 등기까지 마친다면 이후 부부간 이혼 및 재산분할을 하게 될 때 부부재산약정 등기한 특유재산들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현재까지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하급심 판결은 부부재산약정과 재산분할청구권과의 관계를 논한 바 있다. 법원은 부부재산약정은 혼인전에 하는 약정으로 이를 재산분할청구권의 포기로 해석할 경우 이혼 이후 비로소 발생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를 허용하는 것이 돼 무효고 부부재산약정 자체가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적용하기 위해 약정한 것이기 때문에 혼인 해소 시의 재산분할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부부재산약정을 통해 특유재산으로 등기가 되었을 경우에도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봤다. 다만 법원에서 이혼 시 재산분할 비율을 정함에 있어 혼인 전에 부부재산약정까지 마친 사정을 고려하여 비율 산정 시에 참작할 만한 요소의 의미는 있을 수 있겠다.

지혜진 KB국민은행 WM추진부 선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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