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1강' 프레임.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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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죠."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부담된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KBO리그'라는 소설에서 KIA는 주인공도 아니다.
마치 '절대 1강' KIA는 출발선 보다 저 앞에서 시작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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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부담스럽죠."
그렇다. 부담스럽다. '절대 1강' 예상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1등을 해도 '본전'이라는 프레임이다.
2025시즌 KBO리그 KIA 타이거즈를 향한 기대감이 하늘을 치솟는다. 디펜딩챔피언, 왕조 건설, 압도적 1강, 0순위 우승후보. 화려한 수식어를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부담된다'고 했다. 그 누구라도 부담된다고 했을 것이다. 이는 실제로 엄청난 압박이다.
팬들은 '무적의 절대강자'에 열광하는만큼 언더독의 반란을 기다린다. 골리앗의 몰락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결정적으로 'KBO리그'라는 소설에서 KIA는 주인공도 아니다. 등장인물 10명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이야 다들 KIA를 칭송하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인다면 나머지 9개구단 팬들이 제일 먼저 돌아설 것이다.
야구팬 대부분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KIA가 무너지기만을 기원한다.
미디어는 그 작은 불씨에 기름을 붓는 역할이다. 그 기회만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자배구의 절대강자 김연경이 군림하는 흥국생명이 14연승을 달렸다. 이후 무려 '2연패'를 당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위기설'이 쏟아졌다. 연패는 3경기로 늘어났다. 마치 흥국생명이 공중분해라도 된 듯이 '진짜 위기'라는 뉴스로 도배됐다. 흥국생명은 여전히 1위였다. 정규시즌도 무사히 1위로 마쳤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 미디어는 물론 '타팀' 팬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조금만 휘청이면 사방에서 물어뜯으려고 달려들 것이다.
승부예측은 그저 '재미'다. 여론조사가 아니다. 출구조사와 다르다. 근거가 없으며 적중률도 제멋대로다. 스포츠에서는 가장 쉬워보이는 예측도 때때로 틀린다. 2018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이길 확률은 독일이 한국을 7대0으로 이길 확률보다 낮다고 여러 도박사이트에서 조사됐다.
객관적인 전력이 그렇다는 소리다. 올 시즌 KIA는 재료가 1등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1등을 못 해?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온갖 위기설과 추측, 루머, 근거 없는 불화설에 누굴 넣고 누굴 빼라, 타순이 어쩌구 저쩌구, 투수교체가 어쩌구 저쩌구 훈수질은 물론 마녀사냥까지 '안 봐도 비디오'다.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야구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이범호 감독이 '부담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예측 따위는 아직 예고편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디펜딩챔피언의 숙명이다. 왕관의 무게가 무겁다. 이런 극한 악조건까지 극복하고 버텨낼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해야만 '2연패'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삼성은 그만큼 아득히 강했다는 뜻이다. 전력이 상당히 평준화된 현대 야구에서 10년 동안 '리핏'이 안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22일 오후 2시, 전국 5개 구장에서 10개 구단이 0승 0패로 똑같이 출발한다. 마치 '절대 1강' KIA는 출발선 보다 저 앞에서 시작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실상은 정반대다. KIA는 오히려 1등을 해야 본전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요즘 말로 디버프)을 떠안고 뒤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KIA는 과연 얼마나 강할까, 궁금해지는 시즌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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